장점이 단점
그에게서 요즘 통 힘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가 말하는 힘이 없다는 것에 정말 힘없음의 객관적 근거는 없다. 그렇게 힘이 없다고 입에 달고 살아도 그가 말하는 힘없는 상태가 보통의 사람들이 보기엔 여전히 비교불가의 근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한 때는 가벼운 걸 드는 게 미안할 정도였지요. 아름드리 돌을 들거나 무거운 가구를 옮기고 하루종일 일을 해도 간단히 한잔 먹고 자고 나면 다음날 거뜬하게 일어났는데 이제 힘이 없는가 봅니다. 힘이 안 돌아와요. 몸에 좋은 걸 먹어도 힘이 안 납니다. 지치는 기분입니다.
기력이라고 하면 보통 활동력을 생각한다. 발산하는 힘. 빠르게 움직이고, 무거운 걸 들고, 멀리 이동하고, 종일 쉬지 않으며, 일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뭘 시작하려는 힘. 발산력이다. 그렇게 뻗어가는 힘찬 기운을 우리는 힘이 좋고 세다고 한다. 그러나 힘이 유지되려면 발산력과 함께 수렴력이 필요하다. 그 발산력을 안정적으로 지속하려면 멈추고 거두고 저장하는 힘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탄력성 유지를 위한 범위를 넘어서면 그 힘은 사라진다. 스프링을 너무 늘리면 그 복원력이 사라지는 것처럼.
모으고 저장하고 머무르고 멈춰 쉬는 수렴력이 충분해야 발산력이 자유롭다. 춘하추동 중에서 여름이 가장 번성하고 무성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겉모양에 시선을 둔 것이다. 얼음을 뚫고 올라오는 연약한 새순의 힘이 약하다 말할 수 있겠나. 그런 봄이 가능하려면 다시 겨울의 저장한 응축력을 보지 않을 수 있으랴. 겨울의 응축된 힘은 가을의 수렴력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결국 봄여름가을겨울이 그 세력의 방향이 다름이지 힘은 같다고 봐야 한다.
통뼈인 사람의 결말은 타고난 근골격의 강함을 믿고 과용해서 오는 골병骨病이 남는다. 다른 사람보다 여전히 센 힘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의 추진력은 떨어지고 예전의 힘만 못한 노쇠함이라 말하지만 거두어 쉼 모르고 아낌을 외면한 까닭에 속 빈 골격이 된다. 할 수 있어도 부러 모자라고 부족한 모습으로 물러섬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 이유다.
넉넉히 차오른 물이 넘쳐흘러서 주변을 적시고
눈바람 차가운 겨울의 엄혹 속에 이미 이룬 봄의 준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