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는

우아하게

by 노월

말을 한 번 건네볼까

가까이 가기 전에 벌써 홍조다

시선을 느꼈을까?


슬쩍 옆에 앉아 볼까

하얀 연분홍이 수줍게 맑고 깨끗하다

가까이 다가가야 귓가에 속삭일 거 같다


부끄러운지 살짝 고개 숙였지만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한철을 다 보도록 그 자리다


들깨처럼 안아 옮길 수도 없다

자리를 옮겨보자고 떠봐도

한 발짝 떼면 만 시들어 버릴 거라고


긴 세월 지나도 반듯이 말라

미동에도 우두두 깨를 쏟아버리니

바람조차 건드리지 마라


꽃피고 여물고 익어간다

새색시 같은 꽃에서 고소한 여운으로

끝까지 꼿꼿하게 까다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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