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그믐달

저녁의 초승달

by 노월

뒤척이던 밤잠을 뒤늦은 모기가 깨운다 왜앵

내 손으로 뺨을 때려 모기 소리도 잠도 사라진다

불 켜고 본 손바닥 혈흔. 운이 좋은지 나쁜지


밖을 나와 여명과 함께 동쪽 끝에서 떠오른 그믐달

새벽하늘에 뜬 실눈이 다음날엔 더 가늘어지다

태양 속에서 음력 초하루가 시작된다. 일월 동시가 1일


있음과 없음이 실재의 유무가 아닌 인식의 여부라고

증명해 보라 하니 대뜸 발가락을 움직여보란다

꼼지락거리니 그것이란다. 실없는 친구


새벽에 그믐달과 저녁의 초승달은 어떨까 하니

밤 시작에 초승달이요 밤 끝의 그믐달이지

기준과 입장차의 혼란이 일으킨 말장난이라나


있는 줄 모르고 있다가 움직여 안다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모르고 살고 모른 채 산다


유무도 인식도 실체도

왔다 갔다 하는 모든 것이 기실

온 적도 간 적도 없는 무한의 현상


인류 이전 오래전부터

지구를 돌고 태양을 돌던 달은

하나도 닳지 않고 둥글게 변화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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