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계산법

손이 부끄럽지 않게

by 노월

넓은 세상 같지만, 설마 누가 알까 싶지만, 지역이 한정된 동종업계라면 소식은 건너 건너 삽시간에 퍼진다. 시냅스를 타고 순식간에 연결되는 신경망처럼.


오랜 시간 그 터를 지키며 살아온 이에겐 손때 묻은 흔적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덮기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세월에 쌓인 인맥이든지 자신만의 노하우가 계승되길 바란다. W원장은 고수의 삶은 아니었지만 정직하고 바람직하게 직역을 성실히 해왔다 자부한다. 이제 나이도 들고 집중력도 떨어져 현업을 지속하기 힘들다.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떠날 때가 되면서 물려받을 후임에게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 사안들이 많을 터다. 제대로 전해받을 이를 찾길 희망한다. 자신의 삶이 왜곡되지 않게 유지된다면 일을 넘길 때의 경제적 이득은 없어도 된다는.


시설비나 권리금에 대한 비용 없이 양도하려 한다는 소문이 멀리 알려지기도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S가 찾아왔다. 이미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시작하는 초기 투자금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권리금과 인수 금액이 없는 호조건은 선의가 아니고서는 드물기에 여기저기 떠돌며 자리를 잡지 못한 S에게 그 소식은 횡재 같기도 했다. 주머니 사정상 간절했다. W 입장에서 친한 지인이 아니면 무료 인계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을 테지만,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W원장은 득실을 따져 얻을 금전적 소득엔 크게 의미가 적었던가 보다. 일반적이지 않은, 운이 좋지 않으면 인수자 입장에서는 불가능할 양도 조건이었다.


제가 받으면 안 될까요? S의 애절함에 끌렸을까 S 특유의 진지함이 통했을까, 잠깐의 살핌이 있었지만 W는 이내 승낙을 하고 자신의 뒤를 넘겨준다. 후배를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전수하는 이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임의 고유한 방식을 기꺼이 받아내는 S는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짓는다. 전혀 손해 볼 것도 없이 알토란 같은 업장을 인수받은 S는 금전의 여유와 전임의 비방까지 얻었으니 시작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S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직원수를 조절하고 역할을 나누며 약간의 내 인테리어 손봤다. 그런 S가 한 달이 지나도록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리지 않고 준비 중이란 구실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돌연 실제 사업자는 타인 G로 바뀌었다. 정작 S는 먼 곳에서 새로 업장을 시작한다는 언질이다.


그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왜 굳이 다른 곳으로 갔을까? 특히나 언론에서 연일 불경기라고 보도되고 체감 경기도 나쁜 상황에서. S는 조건이 좋긴 좋은데 좀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 그랬노라 말을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거니. 그렇게 S는 다른 곳에서 문을 연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몇 개월 후 이상한 소문이 나돈다. S가 먹튀의 상황을 만들어 G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시작은 G의 동문회에서 만난 G의 선배 W와의 악수에서 시작됐다. 그간 W는 현직에서 물러나 한적한 생활을 하던 차에 참석한 동문 모임에서 고교 후배 G가 얼마 전 새로 오픈했다며 인사를 하는 중에 알려졌다. G는 새로 인수한 곳에서 전임 원장 S가 권리금을 받은 정황이 있었으며, 보건소의 점검 사항을 S가 마무리 짓지 않고 얼버무려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였다. 새로 인수한 업장은 W가 S에게 무상 전수한 곳이었다.


먼 지역에서 오픈한 S에 대한 소문이 떠돌자 이번엔 예전의 사건이 덧붙여진다. S가 몸담았던 이전 지역에서 총무를 맡아 열심이던 S에게 감사 결과상 오점이 발생한 것이다. S는 오해가 있으며 본인은 그런 일을 회장에게 승낙을 받은 일이라 문제없음을 강변한다. 감사의 지적은 공금은 어디까지나 공금이고, 사적 해결은 다른 문제라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었던 일이 회자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그가 그 먼 곳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까지.


다시 건너 S의 해명이 들려온다. 인수 건은 본인의 자금이 별도로 들어간 부분에 대한 보상을 책정해서 받은 것이었고, 사실 G입장에서도 그 정도의 양도 금액이면 다른 곳에 비해 싼 편이라 그도 이득인 거라고, 총무직은 이미 양해를 받아서 했던 끝난 일이라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S의 사정을 이해해보려 한다. 어린 자식들이 있고, 자리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궁핍한 상황에서 발생한 피치 못할 일들이었으리라. 또 다른 얘기들도 들려온다. S가 새로 자리 잡은 지역의 방송에 자문으로 출연 중이라고. 그렇게 열심히라고.


숨이 깊이 쉬어진다. 참 부지런히 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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