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 출신이라 그런지
바다 못 본 지 몇 달 지난 어느 날
그게 병이 되리라고는
스스로도 납득 안되지만 그것밖엔 없는
뭔지 모를 갑갑함에 이유 없이
도저히 책을 볼 수 없었던 어느 대학생 시절
새벽 눈 떠 털은 몇만원 쥐고 무작정 버스행
가방 하나 달랑 매고 가자! 土末 그 땅끝으로
아침 에이스 비스킷으로 버틴 공복
한밤 도착한 해남 터미널 식당
뜨신 국물의 포만은 라면밥이 최고
내 행색 본 고기잡이 어부가 말을 건다
무전여행하는가 보네 히죽
꾀죄죄 허겁지겁하는 새 그가 내 등을 두드린다
학생 천천히 드소 하곤 나갔다
꼬진 지폐 꺼내 내미는데 주인은 됐단다
밤새 바닷가 어슬렁거리다 해가 뜬다
울려고 왔다 마음 빚만 졌다 낯선 이에
그렇게 문득 옛 치기 떠오르고
기약 없이 만나는 이는 오늘 없다
별일 없으면 여기 중국집에서
늘 이 시간 만나기로만 되어있을 뿐
오늘 말 못 할 좋은 일 있는가 보다
아직도 안 오는 걸 보니
건너 맞은편 학생
짜장면 곱빼기 시키다 보통으로 바꾼다
오늘은 그런 좋은 날인가 보다
주인장은 왜라는 눈빛인데 그냥 같이 계산한다
아직도 라면 밥알 다 세려면 멀다
바람에 옷이 펄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