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월 Jun 01. 2022

라면밥

땅끝에서 부는 바닷바람

갯가 출신이라 그런지

바다 못 본 지 몇  지난 어느 날


 병이 되리라고는

스스로 납득 안되지만 그것밖엔 없는


뭔지 모를 갑갑함 이유 없이

도저히 책을 볼 수 없었던 어느 대학생 시절


새벽 눈 떠 몇만원 쥐고 무작정 버스행

가방 하나 달랑 매고 가자! 土末 그 땅끝으로


아침 에이스 비스킷으로 버틴 공복

한밤 도착한 해남 터미널 식당


뜨신 국물의 포만은 라면밥이 최고

내 행색 본 고기잡이 어부가 말을 건다


무전여행하는가 보네 히죽

꾀죄죄 허겁지겁하는 새 그가 내 등을 두드린다


학생 천천히 드소 곤 나갔다

꼬진 지폐 꺼내 내미는데 주인은 됐단다


밤새 바닷가 어슬렁거리다 해가 뜬다

울려고 왔다 마음 빚만 졌다 낯선 이에


그렇게 문득 옛  치기 떠오르고

기약 없이 만나는 이는 오늘 없다


별일 없으면 여기 중국집에서

늘 이 시간 만나기로만 되어있을 뿐


오늘 말 못 할 좋은 일 있는가 보다

아직도 안 오는 걸 보니


너 맞은편 학생

짜장면 곱빼기 시키다 보통으로 바꾼다


오늘은 그런 좋은 날인가 보다

주인장은 왜라는 눈빛인데 그냥 같이 계산한다


아직도 라면 밥알 다 세려면 멀다

바람에 옷이 펄럭인다



작가의 이전글 거울 속 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