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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May 30. 2022

거울 속 눈

目不自見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와 급히 나를 찾는다. 가끔 치료를 받던 깡마르고 키 작은 중년 여성분이다. 뭔가에 홀린 듯이 충혈된 눈으로 다급하다. 떨리고 빠른 목소리로 울먹이듯 한다.


"눈이 안 움직여요. 거울을 보며 아무리 눈을 움직이려 해도 눈이 안 움직여요."

"예? 눈이 안움직인다고요? 설마"

그럼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뭔가 당황스런 상황이다.


순간 중추신경계 CNS의 문제인가 싶어, 간호사에게 급히 vital sign을 체크하게 하고, 펜라이트를 쥐었다. 혈압, 체온이나 동공반사 등은 모두 normal하다. 다행히 119를 불러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녀는 최근의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 어제부터 눈이 아파서 혹 눈에 이상이 있는가 싶어 거울로 눈동자를 확인하는데, 눈이 안 움직이더라는 것이다. 거울을 보면서 아무리 눈을 움직여 보려 해도 도저히 방법을 못 찾았고, 이러다 죽을 것 같아 밤새 시달렸다는 것이다.


나는 검지를 세워 눈으로 따라 움직이게 했다. 안구 움직임은 제대로였다. "눈은 잘 움직여요."  눈앞이 캄캄하든지, 시물모호 등의 얘기는 들었어도 눈 움직임 얘기는 처음이었다. "근데 왜 저는 눈이 안 움직인다고 느꼈을까요?" 거울로 눈의 움직임을 보려면 눈의 초점이 이미 벗어나 거울 속의 눈을 볼 수가 없지 않냐고 했다. 눈을 맞추려면 거울을 다시 봐야 하는데 그러면 초점을 거울 속의 눈으로 집중해야 하니 마치 눈이 제자리인 것으로 인식된다.


눈의 움직임을 알려면 오히려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감고 손바닥을 얹어 눈을 움직이면 손바닥에서 그 움직임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그걸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은 거다. 거울로 눈의 움직임을 확인한다는 게 기실 불가능하다.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결국 한 곳만을 응시하게 되니.


눈으로 눈을 볼 수 없고, 손으로 손을 잡을 수 없다. 감각의 수용체는 외부에 대한 자극의 인지를 위한 기관이다. 그 자체를 자각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자신은 스스로를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자만의 경고가 아니라, 결국 모른다는, 오직 모를 뿐임의 자각이 더 가깝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거울로 눈을 굴려보고 있는 나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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