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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Apr 16. 2022

잠복-묻힌 통증

안 아프면 나았을까?

아픈데 이상 없어 보이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당장의 통증 해소를 위해 진통제를 찾는다. 그러다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다시금 진통제로 만족한다. 시급한 해결책만 구하다 보니 나중엔 금방 해결되지 않으면 답답해하면서 더 강하거나 많은 양을 원한다.


진통(鎭痛)은 말 그대로 통증을 눌러 진정시킨다는 뜻이다. 해결되지 않은 채 단순히 진정시킨 통증은 쌓여 있다가 어느 때고 다시 올라오고 심지어는 더 심하게 폭발하기도 한다.


안 아프면 나은 것인가? 몸이 좋아져 건강을 회복해야 통증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대부분 단순히 통증이 없어지기만 하면 나은 걸로 괜찮은 걸로 착각한다.

그래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왜 아프지? 어떻게 하다 아프게 된 것일까? 이 통증과 불편함은 어디서 왔을까? 무엇이 잘못인가? 이러한 질문이 무슨 거대 담론은 아니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진통에만 의지한다면 증상은 반복 심화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불편과 통증이 발생했다면, 그건 평소의 나쁜 자세에 기인하거나, 어떤 익숙함이 나도 모르게 원인이 되어 누적되고, 드디어 한계치를 넘어서면 마치 우연처럼 사소한 자극에 갑작스레 통증이 나타난다. 비만 오면 역류하는 하수도는 이미 하수도에 뭔가 막혀있는 것이리라. 비 오는걸 탓할 수는 없다.


당장의 불편함이야 간단한 치료로 완화되겠지만, 재현되고 재발한다면 그 인과관계를 살펴보려는 물음 없이는 또다시 그 증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재발했다고 말하지만, 원인이 그대로 있으니 통증이 다시 나타난다.     


한 번씩 나타나는 지끈거리고 간혹 깨질듯한 편두통은 심하면 동측 눈뿌리까지 빠질 듯이 아프다. 검사를 해봐도 이상은 없다는데 본인에겐 너무 괴롭다. 머리가 잘못됐을까 심각한 질병은 아닐까 걱정을 하며 진통제를 찾는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편두통은 긴장성이다. 목이나 등 어깨의 경직된 근육이 측두에 영향을 미친 경우다. 목디스크 등이 원인이 될 수는 있어도, 대개는 자세불량이나 스트레스성 긴장이 그 원인이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보는 자세를 살펴봐야 하고 흔하게는 누워 티브이 보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 스트레칭을 하며 땀을 흘리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런 자세가 편두통을 야기한다고 생각지 않기에 익숙하고 편한 그 자세를 계속 취한다. 지금까지 별 불편함이 없었기에. 그렇게 누적이 된다.


그런 자세 교정과 스트레칭만으로도 해소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많이 누적되어있고 깊이 잠복된 긴장까지 풀어야 한다. 마사지나 지압, 침 치료, 온열법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한 번은 건강 검진 상 무슨무슨 병명으로 진단받았다고 찾아 이가 있었다. 어떤 게 불편한지 물어본다. 본인은 아무 불편함이 없단다. 그럼 그 질병은 왜 생겼을까 물어보니 본인은 모르겠단다. 원인 없이 결과만 나타난 것은 아닐 테니 뭘까요 하고 물어도 모르쇠다.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만 한다. 그냥 그 병명을 해소하고 싶어 왔을 뿐이라고 한다. 이땐 어찌하나? 정작 본인은 개인 관리를 철저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는 이런 진단이 자기와는 무관하며, 이런 병명을 받은 게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병未病의 상태는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질병으로 가기 전의 단계다. 당장은 뚜렷한 병명이나 통증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뭔가 불편하거나 평소와 다른 상태다. 비록 알지 못할 수는 있지만,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신체에서 보내는 몇 번의 신호를 무시하거나 진통제 등으로 무마한다면 곤란하다.

활동을 하면 피로가 발생하고, 먹으면 찌꺼기를 남긴다. 쌓이면 누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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