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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l 24. 2022

엄지발가락

호랑이에 물려 뜯겨도

밤에 뭔가 스물 거리는 기분 나쁜 낌새가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전날 밤늦게까지 후배와 마신 과음으로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아침 기상 후엔 통증이 뚜렷해지더니 체중을 실어 서있을 수가 없었다. 걷기가 힘들 만큼의 통증이 묵직하게 나타났다. 좌측 엄지발가락. 순간 몇 년 전에 고생한 통풍과 같은 양상이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아 며칠 고생하겠구나 싶었다. 억지로 다리를 끌듯이 움직여 바로 출근 준비를 했다.


이번 통풍의 원인을 뭘까? 최근 운동도 하고, 식사 조절과 체중 감량 등으로 나름 잘 조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통풍이 재발한 것을 보면 뭔가 옳지 않은 생활이 영향을 끼쳤음이 확실한데 그게 뭘까? 밤마다 마신 캔맥주가 유독 마음에 걸린다. 더위를 잊으려 마신 맥주가 잦았던 것일까. 그게 원인이라면 그야말로 한습寒濕이 누적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통증이나 증상이 불현듯 나타났다면 그건 일상생활에 원인이 있다. 왜 이런 불편함이 발생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한 원인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평소의 습관이 원인이다. 단지 본인은 그것을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또 오랫동안 그 습관에 익숙해서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흔히 일어나 보니 고개가 안 돌아간다고 한의원에 오는 환자를 보 평소 기대앉는 자세는 생각지 않고 늘 베고 자던 베개 탓을 한다. 또는 이유 없이 체하거나 갑자기 편두통이 나타났다고 호소할 때도 정작 본인은 왜 그런지 모른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본인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 습관의 누적이다.


일단 한습을 원인으로 보고 처방을 생각하여 약물을 구성하고 한약을 였다. 창출과 천오를 군제로 하여 약물을 구성했다. 젊은이나 기운이 유여한 사람에게나 가능한 처방이다. 혹여 기운이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처방하면 치료 이전에 오히려 藥力에 치여 사람이 더 시달릴 수도 있는 약재 구성이었다. 내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과연 내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든 통증은 기운이 소통 안되고 막혀서 발생한다(不通則痛). 그 불통의 원인이 寒이냐 濕이나 風이냐의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약재의 구성과 용량이 매번 사람마다 다르게 구성된다. 부족한 부분을 보태고, 넘치거나 강한 부분을 덜어내는(虛則補 實則瀉) 당연하고 일반적인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서 처방한다.


3년 전쯤 처음 통풍을 앓았을 땐 너무 놀라고 당황을 했다. 이게 뭐지? 물론 통풍인걸 알았지만 양방 검사를 하지 않아서 진단을 받지는 못했지만, 증상이 전형적인 통풍 양상이었다. 그때 자가 치료를 해서 나았고, 그 이후로 재발의 가능성을 인지하여 나름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이번에 다시 만났다. 단지 이번에는 차분했다. 그렇다고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제일 힘든 건 디디려고 발을 내리면 엄청난 통증이 아래로 쏟아질 듯이 쏠려 무겁게 아프고, 겨우 발이 바닥에 닿아 걸음을 겨 발을 떼는 순간은 더욱 욱신거리게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도 정신은 맑았고, 이 통증이 며칠 안 간다는 확신이 있었다.


양방적으로야 요산이 관절에 침착하여 염증을 일으킨 통풍을 처음엔 콜히친과 소염진통제로 치료하면서 몸속 요산 수치 조절을 같이 하겠지만, 만성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많고, 꽤 오랜 기간 요산 관리를 하며, 간혹 평생에 걸쳐 약물요법을 시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진료를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환자들이 묻는 '어디 아프세요?'라는 질문이 더 난감했다. 다쳤다고 하기도 그렇고, 통풍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아니, 의사도 그런...'이라거나 '그럼 치료는 누가?'라는 말들 내 답변이 더 궁색해졌다.


빨리 퇴근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집에서 밥은 가능한 한  먹거나 혹 굶으면서 계속 잠만 잤다. 물론 달인 한약을 거의 물 마시듯이 먹으면서. 그래도 뒤척일 때마다 욱신거리는 통증은 숙면을 방해했다. 그렇게 4일을 보내고 나서 서서히 통증이 줄어들고, 부기도 약간 감소했다. 지금도 보행 시 통증은 아직 남아있다. 답답하거나 짜증보다는 아프고 불편하지만 담담하다.  온전히 내 몫이요, 내가 감당하고 버텨내야 할 과정일 뿐이다.


십여 년 통풍을 앓은 친구와 주변의 통풍 경험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물었다. 내 얘기를 하니 진통제 없이 견디는 게 더 독하다고 하면서 다들 병원 약물로 지금까지 조절 중이란다. 가끔 어쩔 수 없는 음주상황에 재발하면 입원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낸단다.


분석하니 요산이지 다른 말로는 몸의 찌꺼기일 뿐이다. 음식으로 우리 몸이 에너지도 얻지만, 대소변의 찌꺼기도 발생하고, 활동이나 운동 근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근피로도 남다. 문제는 얼마나 적절히 잘 배출하고 잘 풀어내느냐다. 내 몸에 좋은 것을 하기보단 나쁜 것을 바로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불행하지 않 상태도 나름 잘하고 있는  것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잘못하지 않는 정도도 괜찮다.


주변 친구들은 자주 묻는다. 몸에 좋은 거 뭐 없냐고. 그럴 때면 내 답은 더 좋은 거 찾지 말고, 나쁜 거나 하지 말라고.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렇다.


뼈저린 통증으로 내 몸이 몸소 보여주는 가르침을 또다시 대충 흘리면 언젠가 어김없이 재발한다. 일상이 맑고 가벼워지길 오직 몸의 체득으로 익숙해지길 바라본다. 오직 行의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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