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 집합!
오늘도 우리 반은 기합이다
반환점을 돌아 선착순 열명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선착순이다
덩치 좋고 키 큰 애들은 당연 열명 안에 들어
첫 한 바퀴에서 끝낸다
도착 순서대로 열명을 자르고
나머지는 다시 반환점을 향해 달린다
한 번은 할만해도
두 번째는 땀도 나고 지친다
그래서 두 번째 선착순에서라도 열명 안에 들길 바란다
문제는 일찌감치 안정권에 든 친구가 아니라
9등, 10등, 11등 정도의 경계선상의 경쟁자들
그 별 의미 없는 등수를 위해
이 악물고 달린다
도착쯤에 서로 어깨를 잡고 뿌리치고 난리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열 번째 들어오다 덜미 잡혀 밀린 친구
덜미 잡아 열 번째로 들어간 친구
한쪽은 억울하고 한편 미안해한다
그렇게 두 번째 열명이 가려진다
한두 번은 할 만해도 세 번째는 힘들다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고 숨이 가쁘고 어지럽다
누구는 체력 한계로 구토를 하기도 하고
도중 포기하고 아예 걷는 친구들도 있다.
학생들의 체력향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신력을 함양시킨다는 목적으로 한다지만
줄 세우기를 통해 위력 과시와 충성도 측정처럼 보인다
생존 경쟁을 통한 상호 견제의 잔인함은
우정을 쌓고 이해와 협동으로 나아감이 아닌
전혀 자발적이지 않음과 각자도생을 위한 헐뜯음이다
아직 사회 진출도 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