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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Dec 17. 2022

한요통寒腰痛

어디까지 차가운지

입원 중인 남편의 실수들

부인은 비닐에 잔뜩 빨랫감들을 집으로 가져온다

혹 남들이 볼세라 혹 향이 빠져 나올려나

꼭꼭 틀어쥐고 걸음이 바빴다

본인도 요통에 시달리면서


서둘러 베란다에서 손빨래를 한다

누구에게 보여도 들켜도 안되니

딴에 절충하듯 빼꼼히 문을 열어 빨래한다

아예 활짝 창을 열든지

아님 닫아두고 빨래를 했으면

한사寒邪에 덜 고생했을 터

주먹만큼 열어둔 창틈이라 찬바람이 더 거세다


밤새 빨래는 빨랫줄에 려있고

본인은 찬바람 시달린 등허리 통증으로

새벽까지 끙끙 앓았다

막내딸이 잠시 집에 들르기 전까지


업히다시피 한의원 방문한 모녀

딸은 일 있어 잘 부탁한다는 말 총총 가고

부인은 추위에 통증에 신세 한탄이다

영감 먼저 보내는 게 소원이란다

나 먼저 가면 자식들 고생이라며


차가움으로 긴장으로 굳은 등허리는

몸을 비틀기는커녕 보행도 힘들게 몸을 묶는다

따뜻하게 순환으로 좀 살 것 같다고 말해도

그녀의 속까지 훈풍을 보내기는 어렵다

쌓인 만년설결빙은 여전히 남았으니


잘잘못 따지는 것도 아니고

누굴 원망하는 것도 아니지만

담담히 그러려니 넘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힘을 내세요라는 말이 더 공허하다

세밑 빛나는 트리의 점멸등으로 한파를 물리칠 순 없어도

바라보는 이의 마음조금의 온기로 남겨지길..


가끔 저렇게 고생하느니 이제 그만이라는 말들이

본인에게조차 쉽게 용납되어선 안된다면 잔인할까

같은 결과라 해도 여운이 다르다

수긍하고 용납되지 않은 끝 맛은

체념과 좌절로 꺾인 미련이 남는다

네게도 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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