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이다. 세미나실처럼 긴 책상들이 미음모양으로 놓여있다. 서른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나는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맨 앞에 앉아있던 병원이사님이 나를 보고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입사 면접 때 뵌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오리 씨“
그러고는 합장하듯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편다.
„안녕하세요“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편다. 왠지 나도 합장을 했어야 할 것 같아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잘 찾아왔네요.“
„네“
병원이사님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이야기한다.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된 오리 씨예요. 이중진단 (Doppeldiagnose) 병동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되었어요. 오리 씨, 잠깐 본인 소개 하실까요?“
„안녕하세요. 병원이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된 오리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고, 독일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어요. 원래 계획은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였어요. 이곳 현지인과 결혼을 하게 되어 독일에 남게 되었어요. 정신병원 경험이 없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사람들이 책상을 두두두두드 두드린다. 몇 명은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라고 인사를 건넨다.
곧장 회의가 시작되었다.
„주말 근무 어땠어요?“
„토요일 밤에 볼프 씨가 응급입원을 했어요. 경찰동행 하에 엠블런스에 실려왔어요. 길거리에서 자기가 신의 아들이라고 외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었데요. 이곳에서도 공격적이어서 침대에 결박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결박해제 되었나요?“
„네, 다행히 진정을 해서 어제 일요일 아침에 결박 해제했어요.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망상증상은 남아있어요. 처음에 약을 안 먹으려고 해서 힘들었어요.“
„무슨 약물을 사용했죠?“
...
30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주말 병원 상황에 대해, 응급환자는 없었는지, 이번 주 중요한 일정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앉아 있던 대부분이 의사들이고, 몇 명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그리고 행정직원이 함께 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전 직업군이 모여서 하는 이런 회의는 월요일뿐만 아니라 금요일에도 열린다. 금요일에는 한 주 동안에 있었던 중요한 일이나 주말에 누가 근무하는지, 주의상황은 무엇인지 확인한다. 신기하게 이곳 의료진들은 의사가운을 입지 않는다. 모두 편한 복장을 하고 있다.
내가 일 하게 된 정신병원은 독일 한 도시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병원은 4 개의 병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두 병동은 일반정신과 병동이다. 조현병, 기분장애, 불안장애, 성인 인격 및 행동장애 등 그 증상이 심해 외래치료만으로는 힘든 환자들이 치료받는다. 나머지 두 병동은 중독환자를 해독 치료하는 병동이다. 그중 한 병동은 주로 알코올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다. 다른 한 병동은 이중진단 환자 (동시에 중독장애와 다른 정신과적 장애를 가진 자) 및 마약환자들이 치료를 받는다. 이곳이 바로 내가 앞으로 일하게 될 병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