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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기툰 Feb 23. 2021

계속되는 암세포 공격으로부터  
달봉이 지키기

암이란 이 놈이 참 집요하고 끈질깁디다.



두 번째 비만세포종 진단 후 우리는 첫 번째 수술을 담당했던 병원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암이다 보니 24시 전문병원으로 가서 치료하는 게 나을 것 같았고 첫 번째 수술이 잘 된 것 역시 그 병원을 택한 이유기도 하다. 아쉽게도 달봉이 수술을 담당해주셨던 선생님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셔서 원장님이 진료를 맡았다. 검사 결과 로컬병원에서 나온 진단대로 비만세포종 재발이 맞았고 곧바로 수술 스케줄을 잡았다. 원장님은 어떻게 수술할 것이며 조직검사 결과는 며칠 후 나온다는 이야기와 함께 항암치료제인 팔라디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경구 항암제인 팔라디아는 비만세포종 표적 항암 치료제인데 부작용도 적고 효과가 좋다고 입증된 약이라고 한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로 비만세포종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팔라디아를 복용 전 후 사진들을 보여줬다. 사진상으로 봤을 때 그 약은 분명 효과가 좋은 항암제임은 분명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달봉이가 40킬로가 넘는 대형견이기에 이 약을 먹으려면 평균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들며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조직검사 결과 3기나 4기가 나왔을 때 일이지만 우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월 200만 원이라.. 그것도 평생 먹여야 한다니.. 그래야만 달봉이를 살릴 수 있다니 우리는 팔라디아를 권하는 원장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졌다. 아직 수술도 안 했고 첫 수술 때 그레이드 2였으니 희망은 있지 않을까 물어봤으나 원장님은 그다지 우리의 질문에 반응이 없었다. 달봉이의 조직검사 결과 그레이드 3,4기일 때 전제하에 팔라디아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수술 날짜를 잡고 달봉이를 데리고 카페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뒷좌석에 잠든 달봉이를 쓰다듬으며 우리는 눈물만 훔칠 뿐이었다. 우린 달봉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월 200만 원을 들이면서 평생 먹일 자신이 없었다. 우리에겐 달봉이 외에 노견의 길로 들어선 코코도 있고 삼식이도 있고 솜이와 수달 그리고 봉구도 있었다. 건물주가 아닌 이상 아이 항암제에 월 200만 원씩 평생 쓸 수 있는 보호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돈 때문에 아이를 살릴 수 없다니 처참하고 괴로웠다. 종괴를 떼어내는 수술은 잘 됐지만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 일주일이 우리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여러 번의 수술에도 대견하게도 잘 견뎌주는 달봉이.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인터넷과 책을 찾아보며 강아지들의 비만세포종과 각종 암에 대해 공부를 하며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네이버 아반 강고라고 아픈 반려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힐링 카페에 가입해 암에 걸린 아이들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과 정보들 그리고 간병 사례들을 찾아봤다. 좋은 정보들도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된 아이들의 사연들은 마치 미래의 달봉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하루하루 느꼈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낸 후 드디어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레이드 1로 실밥이나 뽑으러 오라는 소식이었다. 카페에서 전화를 받은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당시 같이 있던 아르바이트생 주영이가 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같이 기뻐했다. 달봉이 소식에 단골손님들도 자기 일인 양 함께 기뻐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며칠 후 달봉이와 병원에 갔지만 담당 원장님은 휴무라 안 계셨다. 아무리 실밥만 뽑으러 오라고 했어도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언제 또 와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상담받고 싶다며 우린 원장님한테 연락 달라는 말을 남긴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던 우리는 원장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두 번이나 병원 측으로 전화를 했다. 역시나 감감무소식이었다. 비싼 항암제를 얘기만 하고 견주의 마음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더니 항암제 먹을 그레이드가 아니니 전화조차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인가? 그 후 우리들도 그 병원에 대한 발길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두 번째 재발했을 때 우리는 1년에 한 번 가는 애견 펜션으로의 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7,8월 여행 성수기 때는 위탁하는 강아지들이 많기 때문에 비수기인 6월 초에는 매년 아이들과 함께 애견 펜션으로 2박 3일간 여행을 떠난다. 말이 여행이지 강아지랑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루 종일 신나서 뛰어노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러 가는 것이다. 목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애견 펜션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냄새 맡고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그야 말고 강아지들의 천국이다. 엄마들은 물에 젖고 흙에 뒹굴고 엉망이 된 아이들을 쫒아다니며 씻기고 똥오줌 치우고 솔직히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우린 그런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기 위해 1년에 한 번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행을 간다.  


두 번째 비만세포종 수술 후 단골손님들과 간 여행. 




원래 여행은 우리와 아이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친구들과 가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여행 이야기를 하던 중 단골손님들까지 합류하게 되면서 그 해 여행은 대규모 단체 여행이 돼버렸다. 달봉이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가 잘 나와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행을 다녀왔지만 만일 결과 좋지 않았어도 여행을 추진했을 것이다. 달봉이의 마지막 여행이 됐을지도 모르니까...






6월 행복했던 여행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두 달 후 달봉이의 다른 허벅지 안쪽에 또 다른 종괴가 생겼다. 빌어먹을 그 녀석이 또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제는 담담했다. 그레이드 1인데도 또 재발한 상황에서 우리는 수술은 하되 조직검사는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레이드 1기 2기가 나와도 재발하고 3,4기 나와도 항암 치료를 할 수가 없는 형편에서 조직검사는 마음만 지옥을 만들 뿐 의미가 없었다. 대신 달봉이에게 적합한 항암보조제를 찾은 상태고 화식도 먹이기 시작한 터였다. 화식은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각종 야채인 브로콜리, 파프리카, 가지, 양배추와 초록잎 홍합, 현미, 닭가슴살을 삶고 쪄서 한꺼번에 만들어 달봉이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에게도 급여한다. 사료급여만으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을 화식으로 채워주며 항산화제와 유산균도 주기적으로 급여한다. 달봉이 비만세포종 세 번째 수술은 신사동 S동물병원에서 진행했다. 두 번째 수술 때 병원 측으로부터 너무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아 옮긴 것이다. 삼식이의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했던 24시간 동물병원인 S병원 종양과 원장님과 상담을 진행하던 중 우리는 팔라디아 말고도 여러 가지 항암치료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팔라디아 약 이야기밖에 안 했던 이전 병원과는 달리 S병원 원장님과는 수술 후 향후 관리에 대해 한 시간 가량 심도 깊은 상담이 이뤄졌다. 조직검사는 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준 원장님은 우리가 먹이려는 항암보조제를 먹여도 된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함께 마음이 급한 우리들에게 이것저것 먹이지 말라며 여러 가지 세심한 조언도 해주셨다. 그리고 다시 재발하면 항암치료도 해보자며 경제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항암 치료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마음을 내려놓고 있던 우리에게 달봉이 치료에 대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술은 잘 됐고 우리는 아픈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한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캐나다산 NHV항암보조제를 달봉이에게 급여하기 시작했다. 






실력 있고 인성 좋으신 주치의를 만났음에도 달봉이의 힘겨운 싸움은 계속됐다. 항암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겨우살이를 먹이다가 그 안에 첨가했던 감초(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에 간수치가 888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이때 달봉이는 식음을 전폐하고 다음 다뇨까지 정말 달봉이가 이대로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겨우살이를 끊고 간수치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재작년 말에 선풍적으로 화제가 된 펜벤다졸 역시 달봉이의 간수치만 높일 뿐 비만세포종 재발을 막는 데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어떻게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시도했던 겨우살이와 펜벤다졸 급여는 결국 실패했다. 그 후에도 종괴는 달봉이의 이마에도 생겼고 그때마다 우리는 수술해서 떼어내며 항암보조제와 화식으로 달봉이를 케어했다. 다행히 항암보조제는 달봉이한테 맞았으며 전이 소견도 보이지 않았다. 2년 동안 달봉이의 비만세포종과 싸우면서 터득한 암에 걸린 환견 케어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한약성분 약을 함부로 먹이지 말 것. 특히나 감초 성분은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에 간수치가 치솟을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에 유의할 것. 암세포가 좋아하는 포도당이 많은 단당류 과일을 많이 먹으면 확실히 달봉이의 종괴는 커졌다. 고구마가 강아지들에게 좋은 간식이긴 하지만 달봉이는 단호박이나 고구마 같은 다당류 탄수화물을 먹으면 악성이든 양성이든 종괴의 크기가 커졌다. 그리고 항산화 영양제도 달봉이한테 맞지 않았다. 최근 논문에 의하면 항산화 영양제가 암 예방에는 좋지만 반대로 이미 암에 걸린 환자는 오히려 암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항산화 영양제를 먹은 후 달봉이의 이마에 있던 종괴가 급격히 커져서 급여를 중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항산화 성분을 채소나 과일 같은 천연성분으로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달봉이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아직 건강하기에 항산화 영양제를 꾸준히 먹이고 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달봉이의 식단은 이렇다. 포도당이 다량 함유된 단당류의 과일이나 다당류인 고구마나 단호박을 철저하게 제외하고 현미나 귀리 같은 복합당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현미나 귀리는 물에 불린 후 갈아서 화식에 넣어서 급여한다. 캐나다산 NHV항암보조제와 유산균,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도 수시로 급여하며 마지막으로 양배추나 브로콜리를 쪄서 간식으로 주기적으로 주는데 고맙게도 아이들이 잘 먹어준다. 이 식단은 2년 동안 걸쳐서 달봉이에게 맞게 구성된 식단이며 달봉이의 체질이나 몸상태에 맞는 것이니 다른 강아지들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작년 4월 마지막 수술 이후 비교적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던 중 12월 25일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달봉이는 십자인대 파열 판정을 받았다. 진단받기 2주 전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했던 달봉이. 제발 관절염이길 수술받는 병이 아니길 빌었는데 결과는 항상 우리의 바람을 짓밟았다. 안타깝고 힘들어도 죽고 사는 병이 아니니 괜찮아 우리 스스로를 다독이며 우리는 다시 한번 마음을 졸이며 달봉이를 수술대에 올려 보내야 했다. 수술은 잘됐고 10일간의 입원 후 지금은 퇴원했고 뼈도 거의 다 붙었으며 달봉인 예전의 컨디션으로 날아다닌다. 그 어떤 강아지보다도 흥이 많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넘치는 식탐에 덩치에 안 맞는 어리광도 많은 우리의 9살 래브라도 레트리버 달봉이.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 어떤 강아지들보다도 몸이 약해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이이기도 하다. 달봉이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케어하는 우리의 컨디션을 바닥을 치지만 그래도 우린 이런 달봉이가 좋다. 언젠가는...아주 먼 훗날 언젠가는 달봉이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나보낼 날이 다가오겠지만 그때까지 엄마들이 우리 달봉일 지켜줄게. 말썽 부려도 좋으니 청개구리처럼 말 안 들어도 좋으니 건강하고 오래오래 엄마들 곁에서 우리를 웃게 해 주렴. 카페를 마감하고 퇴근한 집에서 곤히 잠든 달봉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구수한 발 냄새를 맡아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아이들을 지키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잠들어 있는 여섯 아이들에게 입을 맞추고 우리도 깊은 단잠에 빠져든다. 잘 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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