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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기툰 Feb 15. 2021

군기반장 달봉이의 암 투병기

  비만세포종이라는 고약한 녀석과의 첫 만남.



" 달봉이 꼬리 혹... 악성이래!!"

" 악성? 암이라고?"


달봉이와 동물병원에 간 여동생과 통화를 하는 동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핸드폰 저편 너머 동생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 역시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이 떨려 서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암이라니... 분명 다니던 로컬 병원에서 섬유종이니까 커지면 수술하자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암이라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비만세포종이라는 악성종양이 달봉이의 꼬리에서 1년 넘게 자라고 있었는데도 그저 양성 종양이려니 생각하고 간과하고 있었던 우리들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콩알만 했던 종괴는 1년이 넘게 자라면서 탁구공보다 커졌다. 이제는 수술해서 떼어내야겠다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달봉이의 비만세포종 피부암 판정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었다. 수술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안이하게 생각하는 동안 암세포가 전이됐을까 봐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 결과 전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고 수술 역시 꼬리를 절단하는 큰 수술이었지만 달봉인 대견하게도 잘 이겨냈다. 일주일 후 조직검사 결과도 그레이드 2로 항암치료는 안 하기로 결론이 나면서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때가 2017년 겨울이었다.


                        달봉이 꼬리의 수술 전 종괴 사진.



            현미경으로 본 달봉이 비만세포종 사진.






달봉이와 우리와의 첫 만남은 애견카페를 개업하기 한 달 전쯤으로 기억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애견카페를 추진하던 중 카페견이 사회성 제로인 코코뿐이라 사회성 좋은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강사모에서 래브라도 레트리버를 파양 하는 글을 보게 됐다. 천안에 살던 달봉이의 원래 이름은 롤롤. 9살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이에도 천하의 개구쟁이인 달봉이 아니 당시 롤롤이는 집안을 초토화시키는 말썽쟁이로 감당하던 롤롤이 엄마가 가족들의 성화에 눈물을 머금고 강사모에 글을 올린 것이다. 사회성 좋은 카페견이 필요했던 우리는 달봉이의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이 아이다!! 한눈에 반해서 바로 천안으로 달려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는 강아지들의 순박한 이름을 좋아했던 우리는 이 아이의 이름을 달봉이라고 지었다. 보호자가 바뀐 달봉이의 파괴력(?)은 여전히 폭발적이었다. 애견카페를 개업하고 작은 강아지들과 종횡무진 뛰어노는 달봉이는 자기가 큰 강아지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종종 혼나기도 하고 흥분도를 가라앉히기 위해 가끔씩 묶어놓기도 했다. 한 번은 카페를 탈출한 달봉이가 나 잡아봐라 하는 짓궂은 표정으로 차도까지 도망가는 통에 잡느라 진땀을 뺀 적도 있다.


                                생후 7개월 된 달봉이.



비록 파괴지왕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강아지지만 달봉이의 최고의 장점은 이름처럼 순박한 사람에 대한 친화력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특히나 어린아이들을 좋아한다. 책임감도 막중해 카페에서 강아지들끼리 싸우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 득달같이 달려가 제지한다. 단체로 산책을 할 때면 일행 하나하나 챙기며 눈에 안 보이면 걸음을 멈추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섬세함도 가지고 있다. 달봉이의 제일 큰 매력은 무슨 행동을 해도 웃기는 개그본능의 소유견이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심심해할까 봐 툭하면 휴지나 청테이프 또는 재활용 쓰레기를 물고 와서는 장난기 가득한 눈망울로 놀아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뭐든 입에 물고 오는 행동은 레트리버들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카페에서 놀다가 피곤해진 달봉이는 소파에 앉은 손님들에게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내곤 한다. 대부분의 단골손님들은 달봉이의 이런 신호에 웃으며 자리를 비켜주지만 처음 오신 손님들은 이런 달봉이의 신호를 알리가 없으니 그냥 귀여워서 쓰다듬기만 할 뿐이다. 손님들이 자리를 안 비켜주면 성질 급한 달봉인 무작정 소파로 올라가 그 육중한 궁둥이로 밀어내고 소파 팔거리를 베개 삼아 넓은 자리를 차지한 채 단잠에 빠져든다.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자는 모습은 흡사 주말에 소파와 한 몸이 된 여느 평범한 가정의 아빠의 모습이다. 이런 달봉이의 표정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나 손님한테 큰 웃음을 선사한다. 달봉이가 만약 사람이었으면 짐 캐리 같은 세계적인 코미디언이 되었을 것이다. 요정 같고 천사 같은 삼식이(골든 레트리버)와는 다른 달봉이의 이런 아저씨 같고 천둥벌거숭이 같은 모습에 애견카페 손님들은 무한한 애정을 보내고 두터운 팬층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비만세포종이 발병한 시기는 수술 후 2년이 지난 후였다. 단골손님이 달봉이를 쓰다듬다가 허벅지 안쪽에서 이상한 종괴를 발견한 것이다. 피부 밑에 콩알만 한 크기의 종괴는 마치 벌레에 물린 것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불길하게도 양성종괴의 특징인 말랑말랑한 촉감이 아닌 딱딱한 느낌이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불안감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독약처럼 퍼져나갔다. 2년 전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악성도가 낮게 나왔기 때문에 벌레에 물린 걸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동생과 나는 달봉이를 데리고 근처 동물 병원원으로 달려갔다. 달봉이의 종괴를 본 원장님은 모양이 별로 좋지 않다며 바로 세침 흡입술을 실시했다. 강아지를 오래 키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그 15분이 얼마나 길고 무서운지 겪어본 사람들만 알 것이다. 검사 결과는 우리의 바람을 철저하게 짓밟고 유린하며 비만세포종 재발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순간 쇠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고 첫 번째 진단 때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리는 또다시 달봉이를 공격한 이 고약한 녀석의 등장에 절망했다. 왜지? 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첫 수술 후 낮은 그레이드 결과에 안이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무지를 원망하며 탓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우리의 눈물에 불안해하는 달봉이를 다독이며 우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달봉이를 지키기 위한 계획에 돌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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