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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기툰 Feb 07. 2021

출퇴근하는 애견카페 강아지들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극한직업 애견카페 강아지들과 살아가기.




아침에 잠에서 깬 동생이 또 허리가 아프다고 투덜댄다. 그도 그럴 것이 낡은 퀸사이즈 침대에 동생과 나 그리고 세 마리의 강아지들이 뒤엉켜 자니 허리가 안 아픈 게 이상할 지경이다. 서열 1위인 코코(푸들)는 엄마들 머리맡 사이에서 발라당 배를 보인채 자고 막내 봉구(푸들)는 허리쯤에서 네다리를 쭉 펴고 자고 새벽에 몰래 침대에 올라온 달봉이(래브라도 레트리버)는 그 육장한 궁둥이로 우리를 밀어내고 침대 반쯤 차지한 채 코를 골고 잠을 잔다. 자는 동안 애들 때문에 몸을 뒤척일 수도 없고 무릎은 구부리고 허리는 꺾인 채 자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는 온몸이 두드려 맞은 기분이다. 우리가 잠에서 깨면 거실에서 자던 삼식이(골든 레트리버)가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물고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모닝 애교를 부린다. 그리고 이 녀석마저 슬그머니 침대에 올라와 우리를 밀어내고 다시 잠에 빠져든다.

출근 전  침대에서 엄마들을 밀어내고 다시 꿈나라에 빠진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애견카페를 출퇴근한지는 꽤 오래됐다. 물론 처음부터 카페견들을 데리고 다녔던 것은 아니다. 소형견이고 나이가 제일 많았던 코코와 당시 어렸던 수달이(저먼 스피츠)만 데리고 다녔고 대형견들은 카페에 두고 다녔다. 처음엔 그럭저럭 잘 지내던 아이들이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달봉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배의 털이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했고 솜(잉글리시 쉽독) 은 매일매일 설사로 온몸에 똥칠을 한채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생각해보니 카페견들은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영업 중에는 방문하는 손님들과 동반 강아지들 그리고 위탁 강아지들을 맞이해야 하고 마감 후 위탁한 강아지들은 밤새 놀거나 짖거나 하울링을 하기 때문에 카페견들은 24시간 쉴 수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밤에는 제빙기나 쇼케이스에서 들리는 모터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기 때문에 아이들은 깊은 잠을 잘 수 없었을 것이다. 대형견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우리는 고심 끝에 집으로 데려가 보았다.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강아지들도 행복하면 웃는다. 달봉이, 삼식이, 솜이는 카페가 아닌 집이란 공간에서 입꼬리가 눈가까지 치켜 올라간 채 온 집안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각자의 마음에 드는 장소인 소파나 침대 그리고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 안식을 취하며 편안한 단잠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여느 일반 가정집의 반려견들처럼 집안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미안해지고 생각이 많아진 우리는 대형견을 포함해 모든 카페견을 데리고 출퇴근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출퇴근한 지 이제 8년이 지났다.


              출근하기 위해 차에 차례로 오르는 카페견들.


우리랑 카페견 6마리를 실어 나르는 차는 2003년식 오래된 구형 아반떼다. 외관상 누가 봐도 똥차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를 안락한 집으로 안내해 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우리는 낡지만 소중한 이 차에게 붕붕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12시쯤 아르바이트생이 오픈 청소를 끝낼 시각이 되면 우리는 붕붕이를 빌라 출입구에 댄다. 차 문을 열어놓고 1.5층인 우리 집 출입문을 열면 아이들이 알아서 총총총 내려와 자기 자리에 착석한다. 서열 1위인 코코는 나와 보조석에 서열 2,3위인 달봉이와 삼식이는 뒷좌석에 서열 4위 솜이는 불편하지만 뒷좌석 아래에 엎드린다. 그다음으로 서열 5,6위 수달과 봉구는 뒷좌석과 뒷유리창 사이 좁은 공간에 올라가 앉는다. 그렇게 앉으라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신기하게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자기 자리를 정해 앉은 것이다. 그렇게 붕붕이에게 몸을 실은 우리는 8분 정도 걸리는 카페로 출근한다.




 

우리를 카페에 내려준 뒤 여동생과 코코는 일단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여섯 마리의 강아지들을 데리고 다니기에 아이들이 출근한 후 집안 청소도 매일매일이 대청소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기로 밀고 아이들이 깔고 잔 이불이나 쿠션에 묻은 수북한 개털들도 제거한다. 걸레질이 끝난 후 1.5층 빌라의 계단 청소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계단을 오가며 흘린 개털이 다른 입주민 집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식으로 집안 청소는 대략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집 청소가 끝난 후 여동생은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노트북 앞에서 스마트 스토어 일을 하기 시작한다. 한편 카페로 출근한 나와 아르바이트생은 카페 견과 위탁한 호텔 아이들을 하루 종일 케어한다. 밥을 먹이고 털을 빗기고 수시로 싸놓은 똥오줌을 치우며 산책시키는 일 이외에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을 응대하며 맡겨진 호텔이나 놀이방 아이들 케어를 하다 보면 하루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버린다. 지금이야 코로나로 9시까지 강제적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초창기에는 11시까지 운영했었다. 그 당시 마감 청소 후에 집에 도착하면 12시고 아이들 밥 먹이고 우리가 저녁을 먹는 시간은 자정 12시가 훌쩍 뛰어넘은 시각이었다. 하루 종일 고된 카페일을 마치고 밤늦게 퇴근한 우리는 도저히 밥 해먹을 시간도 기력도 없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매일매일이 배달음식으로 때우는 게 다반사였다. 점차 마감시간이 10시로 지금은 9시로 바뀌면서 우리에게도 늦은 저녁시간이라는 여유가 생겨버렸다.




아이들과 집으로 퇴근하면 우선 아이들이 먹을 간식이나 화식 등을 준비한다. 카페견들이 이제 7살에서 10살이 넘은 아이들이라 건강을 염려한 우리는 작년부터 직접 만든 화식을 일주일에 두세 번 급여한다. 게다가 둘째 달봉이는 비만세포종이라는 피부암 투병을 하는 아이기에 먹이는 것 재료 하나하나 따지고 조리방법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한다. 매일매일 화식을 먹이고는 싶지만 여섯 아이들에게 매일 화식을 먹이는 것은 너무도 벅찬 일이기에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먹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식이성 알레르기가 있는 솜이 때문에 간식 역시 건조기에 말린 닭가슴살이나 오리목 뼈 그리고 닭발등을 직접 만들어 먹인다. 화식과 수제간식 이외에 이뇨작용을 하는 양배추나 항암성분이 있는 브로콜리나 가지를 쪄서 주면 고맙게도 아이들은 간식처럼 잘 받아먹어 준다. 이 모든 일과가 끝나면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우리 자매만의 시간을 갖는다. 하루 종일 카페에서 있었던 일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카페에 놀러 온 강아지들 이야기를 하며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와인 몇 잔을 곁들인 늦은 저녁을 먹는다. 레드와인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와인을 먹는다는 것을 떠나서 하루 종일 고된 애견카페일을 무사히 마친 우리 자신에게 바치는 유일한 보상이다. 와인 한 모금이 식도를 타고 들어가고 허기진 배가 채워지면 우리는 잠든 아이들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새근새근 잠든 여섯 마리 강아지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희한하게도 하루 동안 쌓인 피곤이 눈 녹듯 사라진다. 관악구 난곡동 그리 넓은 빌라는 아니지만 내 아이들을 안전하게 쉬게 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있다는 것에 우리는 항상 감사한다. 코로나로 힘들고 애견카페를 하는 동안 나이를 훌쩍 먹어버려 체력도 달리지만 끝까지 이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항상 기도한다. 아이들한테 우리들이 최고는 아이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보호자이며 엄마이길 바라며 우리 품에서 별이 되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강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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