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마을 일기 2부. 익숙한 세상과 안녕
2. 균형
아이 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 줄 안다. ‘이런 부위에 통증을 느낄 수 있구나’ 하며 감탄하게 된다. 날개 뼈가 아프다. 아이는 잘 때 꼭 내 팔을 껴안고 자려고 한다. 체구가 작은 아이에게 내 팔 한쪽을 주고 나면 뒤틀린 날개 뼈가 뜯겨나가는 것 같은 불편한 통증이 시작된다. 각이 안 나오는데 불편한 자세 그대로 아이가 잠들 때까지 움직이지 못한다. 괜히 움직였다가 애가 깨면 오히려 더 긴 시간 불편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편한 자세로 아이를 재워보려고 하지만 아이는 같은 자세가 아니면 자꾸 잠에서 깬다. 혼내도 보고 타일러도 보지만 잠결에 깨서 내 팔을 찾는 건 끊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본 거울 속 내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 있다. 어깨는 오른쪽이 높고 골반은 왼쪽이 높고 얼굴은 비대칭이 심하다. 종아리는 더 두꺼워진 것 같고 앞쪽 허벅지는 왜 이렇게 튀어나와 있을까? 엉덩이는 납작하고 등은 굽은 데다 툽툽하다. 승모근에 잠식된 목은 날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 같다.
망가진 건 겉으로 보이는 것뿐이 아니다. 걸핏하면 위가 말썽이다. 맵고 달고 짠 음식을 자주 찾은 결과다. 처음엔 연달아 먹어야 탈이 나던 게 이젠 한 번만 먹어도 위가 뒤집힌다. 이번엔 제대로 뒤집혔는지 먹은 것마다 다 게워낸다. 더는 몸이 버틸 수 없다고 내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이번에 타온 위장약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만 마셔도 속이 메슥거리고 구역질이 올라온다. 죽도 삼킬 수 없을 만큼 위가 아프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운동을 시작하기로 한다. 망가진 몸을 바로 잡고 건강을 챙겨보기로 한다.
평생 운동이랑은 담쌓은 터라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몸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때 어디서 스쿼트가 힙 운동에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주워들은 내용에 의하면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면 종아리가 두꺼워진다고 한다. 얇은 다리를 동경하는 나는 그 말에 혹해 무작정 스쿼트를 시작한다. 가르쳐주는 사람의 말로는 앞쪽 허벅지가 쓰이면 안 되는 거라는데 나는 할 때마다 앞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들어가라는 엉덩이에는 힘이 안 쓰이고 애먼 근육만 부풀어 오른다. 엉덩이에 근육이 붙어있다는 느낌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정보에 따르면 이런 걸 두고 ‘죽은 엉덩이 증후군’ 혹은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엉덩이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무작정 애쓴다.
결과는 처참하다. 옆으로 보면 엉덩이 근육이 솟아있는데 앞에서 보면 옆이 푹 꺼져있다. 조롱박 두 개를 겹쳐 둔 것 같다. 찾아보니 옆이 꺼진 엉덩이를 힙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힙딥을 채워줘야 동그랗고 예쁜 엉덩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얼른 새로운 운동을 찾아 헤맨다. 적당한 동작을 찾아 운동을 반복하자 힙딥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런데 이번엔 어깨가 아프다. 다시 찾아보니 엉덩이 운동을 할 때 복부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복부와 엉덩이가 아닌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어깨가 뭉치는 거라고 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복부 운동을 추가한다.
그 사이 어깨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잠깐 아프다가 말던 어깨가 이번에는 제대로 고장 난 모양이다. 24시간 지속되는 통증에 밤잠을 설친다. 더는 참지 못하고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는 어깨에 염증이 생겨서 그렇다고 한다. 나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물리치료와 염증을 부수는 치료를 받는다.
물리치료사는 경력이 별로 안 된 것 같다. 근육을 풀어내는 손길이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하나도 개운하지 않다. 나는 한쪽 어깨뼈가 튀어 올라 온 것을 보여주며 이건 왜 이러냐고 묻는다. 그러자 물리치료사는 내게 너무 말라서 그런 게 아니냐고 되묻는다. 나는 아닐 텐데 생각하면서도 이 사람에게 그런 걸 물어봤자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입을 닫는다. 물리치료사는 조용히 다시 물리치료에 집중한다. 이번엔 내게 자세를 바꿔보라 부탁한다. 나는 물리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는다. 뭔가 각이 안 나오는 건지 그 뒤로 몇 번을 더 자세를 고쳐보자 제안한다. 그러더니 물리치료사는 내가 부서질까 봐 못 만지겠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에 돈 날렸단 생각뿐이다.
이번엔 다른 곳으로 넘어가 염증 부수는 치료를 받는다. 치료사는 내게 약간은 무서운 얘길 한다. 염증을 부수고 나면 염증이 있던 자리가 뻥 뚫리는데 혹시 또 무리하면 비어있는 자리에 다시 염증이 차오를 거라고 한다. 평생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생기는 거라고 한다. 나는 속으로 어깨 운동을 피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몸은 어느 한쪽이 고장 나기 시작하면 줄줄이 고장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깨진 균형을 되찾으려 격일에 한 번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은 중력이 내 몸에만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몸이 무겁다. 운동 직전에 드는 생각은 하기 싫다는 생각뿐이다. 그래도 억지로 해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끝까지 간다. 한번 끝을 찍고 나면 몸은 아무리 힘들어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어떻게든 버틴다.
어느샌가 나는 견디는 법을 배운다. 몸은 점점 균형을 찾아가고 있지만 내 삶은 여전히 불균형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마을에 고립된 채 늙어버릴까 봐 두렵다. 나는 여전히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울감이 심각해질 땐 집 뒷산에 목을 맬까 생각한다. 아이를 재우는 내내 피로감에 시달리다가 아이가 잠들고 나면 놀랍게도 잠이 달아난다. 순식간에 머릿속은 온통 걱정으로 가득하다. 비로소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른다.
진짜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