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자신만이 열고 닫을 수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 도서 리뷰 | 감독 신카이 마코토

by 데미안에너지

『스즈메의 문단속』 도서 리뷰

도서 정보 :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대원씨아이, 총346쪽


책으로 읽으니 더 정제되고 명료한 인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책을 읽는 속도도 빨랐고, 소설이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았다. 확실히 나는 영상보다는 글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 봐도 이 애니메이션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었다. 그 속에 사랑이 담겨 있다. 따스함과 위로, 함께 가는 길이 보였다.

소설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좋은 작품은 시간을 통째로 멈추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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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리뷰


나는 또 제목에 집중한다. 영화가 일본에서 일어났던 재난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재난들을 일으키는 문을 잘 단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목을 지은 것도. 하지만 왜 ‘스즈메의’ 문단속일까? 나는 스즈메 개인의 자아 성찰이라는 관점으로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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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잠가야 하는가


보통 문은 앞과 뒤로 나뉜다. 앞쪽은 우리의 겉모습이나 보이는 성격, 외모나 환경 등을 나타낼 것이다. 뒤쪽은 앞쪽에서 보여주지 않는 본질과 진짜 모습을 의미한다. 그런데 뒷문의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즈메는 무엇인가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즉, 네 살의 기억을 외면하고 지우려고만 했다. 다이진이 스즈메의 뒷문만 계속 열었다는 것은 스즈메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스즈메가 집을 나설 때나 자전거를 잠글 때 열쇠 모양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무언가를 계속 잠그는 행위가 나타나지만 진짜 잠긴 것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회피하고 도망쳤던 상처를 마주하고 제대로 잠가야 하는 데.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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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자물쇠를 찾는 것부터


영화에서 스즈메가 쇼타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스즈메가 저승과 이어지는 뒷문을 열었던 때가 네 살. 스즈메는 엄마를 찾고 있었고, 그때 어린 스즈메는 미래에서 온 스즈메와 쇼타를 이미 봤던 것이다.

따라서 스즈메는 쇼타를 이미 알고 있었다. 두려움으로 그 기억을 잠가 두었던 것이지만 사라지지 않고 스즈메의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것을 무의식이라 부르든 다른 이름으로 부르든 체험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래에서 온 스즈메가 네 살의 어린 스즈메를 위로하고 엄마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던 그 시간이 뒷문으로 열려버린 것이다. 스즈메가 잠가 두었던 진짜 두려움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야 스즈메가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은 앞과 뒤가 있다. 마찬가지로 다이진이 뽑혔으니 사다이진도 뽑혀야 하는 것이다. 스즈메가 앞문을 열었으니 뒷문을 제대로 잠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삶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 어떤 문제나 상황이 발생하면 어찌됐든 자신이 앞문을 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앞문을 닫을 수는 없다. 이미 열려버렸으니 뒷문을 잘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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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든 열쇠든 오직 내 손으로


스즈메는 네 살 때부터 엄마를 찾아 헤맸지만 사실 스즈메의 엄마는 나비가 되어 스즈메 곁에 항상 머물렀다. 스즈메가 엄마 잃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영화 첫 장면에 나온 나비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사라진다. 스즈메는 깨닫지 못했지만 스즈메의 엄마는 늘 스즈메와 함께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현재가 바쁘고 정신 없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귀한 것들을 알아차리고 발견하는 능력이 바로 '지혜'다.


우리는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도망치거나 외면하기 일쑤다. 스즈메도 스즈메 이모도 마찬가지였다. 다이진과 사다이진이 재난과 치열하게 싸운 것처럼 스즈메도 자신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용기 있게 싸웠다.

감독은 재난으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자세로 남은 삶을 걸어야 할 것인지를 영화에서 보여주었다. 자기의 내면에 숨겨둔 채 자기 자신을 갉아 먹는 감정들이 바로 재난이 아닐까.

자기의 상처와 진실을 외면했을 때 대재난이 일어나는 것처럼 각자의 삶이 무너지는 것이다. 몸이 망가지는 것도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것도 모두 자기 자신과 관계를 잘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즈메처럼 문단속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스즈메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듯 우리도 알고 있다. 마주할 용기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 나는 내 인생의 문단속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열어두었거나 열쇠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자신의 두려움을 마주할 열쇠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 열쇠로 문을 열고 다시 닫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 밖에는 없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자신을 마주 볼 수밖에. 돌아가거나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 일단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돌리는 것부터, 아니 문 앞에 서는 것부터, 아니 문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늘 문이 앞에 있었지만 외면했을지도 모르니까.

스즈메의문단속2.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P.S. :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공통적으로 인신 공양 모티브가 쓰인 점은 아쉽다. 앞으로는 다른 설정을 보고 싶다.

반면에 진정한 자아를 찾아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간절함과 처절함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내는 감독의 힘은 놀랍다. 《초속 5센티미터》때부터 애정하는 감독이어서 군말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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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GIRL, GROW, GLOW』 연재 들어가는 말(첫 번째 도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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