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르TAR》 리뷰 | 감독 토드 필드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이유는 클래식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클래식 이론들만 왕창 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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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은 리디아 타르가 어떤 사람인지 토크쇼에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장면이다. 그래서 주인공 타르에 대해 전체적으로 알게 된다. 다음부터는 타르의 개인적인 삶과 관계를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초반에 쏟아지는 클래식 이론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 영화에 엄청난 몰입을 하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졸게 될 것이다.(실제로 내 앞쪽에 앉은 관객이 졸았다고 자기 친구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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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타르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수석 지휘자로 선출된 것부터 저명한 지휘자이자 작곡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관계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관계로 힘을 얻은 타르가 그 관계를 잃어가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준다. 동시에 자신의 지휘도 추락하게 되는 사건과 과정을 영화는 그리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리디아 타르가 정점에 오른 시기부터 추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타르의 내면세계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케이트 블란쳇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압도적인 연기력이었다.
영화 《타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는 타르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영화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케이트 블란쳇이 타르를 표현한 연기력이 좋았다고 생각하면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타르를 검색했는데,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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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는 자신이 왕좌에 오르자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잊고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특히 영화에서 자신의 딸을 괴롭히는 어린아이를 대하는 타르의 모습을 보면서 타르가 어떤 인물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원들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 않고 평범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할 만한데, 이 영화가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감독의 연출력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왕좌에서 내려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타르의 두려운 심리가 영화 안에서 내적 긴장감을 일으키고 관객이 스릴을 느끼게 만든다. 타르가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집에서도 물건이 사라지거나 물건의 위치가 바뀌는 등 내적 두려움이 영화를 끌고 간다. 그 연기를 케이트 블란쳇이 압도적(두 번이나 쓸 정도의 연기력이다.)으로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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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가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에 지휘하는 모습이 영화 포스터에 있는데, 그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타르라는 인물의 도도함과 능력, 음악에 대한 열정, 내적 두려움을 숨기는 모습까지 모두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타르와 관계했던 모든 사람들이 타르의 권력적 욕망의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또 그렇지 않은 장면도 보여준다. 생중계되는 실시간 채팅창에서 타르는 뒷담화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인간의 속성을 잘 드러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권력자의 모습도 나약한 모습도 모두 있다. 자신과의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발생한다.
타르는 여성이지만 타르의 말과 행동은 권력형 남성을 떠오르게 한다. 클래식계에 존재하는 성차별적인 부분들(특히 오케스트라)이 현대사회의 권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락으로 내려간 타르가 결국 음악의 품으로 돌아간 것 같은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 어느 나라의 전통 민요 품으로 돌아간 것.(이 장면이 웃기고 씁쓸하고 뒷맛이 남는다.) 타르는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했고, 그것은 순수한 음악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순수한 무언가를 내면에 가지고 있다. 그것을 관계가 끊어진 상태에서 발견하게 될 것인가, 바로 지금 자신의 내면과 화해하고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인가는 오직 자신에게 달렸다.
P.S. : 영화가 끝나도 곱씹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잔상이 오랫동안 남아 영화가 끝난 시점부터 내 머릿속에서 영화가 다시 펼쳐지는 영화를. 《타르》가 나에겐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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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GIRL, GROW, GLOW』 연재(두 번째 도서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