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비 둘 기」와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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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생각하는 비둘기의 모습과 상이해서 놀라고 동시 같은 마음이라 신선함을 느낀다. ‘안아보고 싶게 귀여운’이라니!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비둘기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이나 공원에서 사람들과 가까이 사는 비둘기들이 처음에는 산비둘기였을까? 산에 살아야 하는 비둘기들이 왜 도로 한복판에서 살고 있을까? 인간이 그들의 터전을 사라지게 했으니 그럴밖에!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비둘기들은 전깃줄을 나뭇가지 삼고 시멘트를 둥지 삼아 자리를 지키다 교통사고의 희생자가 되는 게 아닌가. 알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에서 뒹굴다 납작해지는 생명의 안타까움을 나는 오늘 이 시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받는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던 인간은 이제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인간의 버려진 음식을 먹고 비만으로 괴로운 도시의 비둘기들이 산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날은 언제 올까? 전깃줄이 아니라 자신의 둥지로 삼을 공간이 없는 도시 비둘기들이 집 없는 현대인들과 무엇이 다를까!
스무 살 출근길 내 머리카락에 똥을 싸고 날아갔던 비둘기는 어쩌면 인간에게 30년도 넘게 터전을 돌려달라고 저항했던 게 아닐까? 문득 그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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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우리를 1942년부터 시인의 과거로 안내한다. 뒤로 가야 앞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나는 19세 때 무엇을 했던가? 나는 황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던가?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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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황혼이 지는 시간 ‘북쪽 하늘에 나래를 펴고 싶다.’고 했다. 황혼은 서쪽 하늘로 지는데 왜 북쪽일까? 송몽규가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 곳이 북쪽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언덕으로 산으로 오르고 싶었던 시인의 마음이 북쪽을 지향했던 것일까?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다. 자유를 위해 북쪽 하늘로 나래를 펴고 싶었던 것이겠지. 어느 방향을 바라봐도 답답한 가슴이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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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혼을 좋아한다. 태양 빛도 좋지만 황혼이 주는 편안함을 느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직은 붉은빛이 더 많은 황혼에 걸려있다. 청색과 남색을 지나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오면 그때는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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