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닭」과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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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닭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계사에 갇힌 닭의 삶은 ‘자유의 향토’를 잊었다. 하지만 계사에서 쓸려 나온 닭들은 삶을 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나는 일 년에 얼마나 많은 닭들을 죽이고 있는 것일까? 백숙으로 튀김으로 볶음으로 다이어트를 위해 부위별로 나누어 인간의 욕구를 위해 닭을 희생시킨다.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닭을 먹는 동안 행복해한다. 이제는 고마운 마음이나 미안한 마음 따위 잊은 것일까? 이미 만연한 상태로 닭들을 살육하고 있다.
만약 닭을 직접 기르면서 ‘두 눈이 붉게 여무’는 모습을 본다면 웬만해선 잡아먹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의 합리화는 무섭다. 자신과 함께 한 동물은 살려두고 자신이 만나지 못했던, 어딘가에서 사육되었던 동물은 먹어도 괜찮다는, 죄책감을 합리화하는 이 놀라운 시스템! 나 또한 이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굶주렸든 주두리가 바즈런하’게 움직였던 닭!을 잠시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소화시켰던 닭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묵념이라도 해야겠다.
몸이 아팠던 일을 계기로 먹는 일이 중요한 일이 되었다. 당연히 예전의 치킨과 맥주 한 잔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지금은 음식을 하는 행위와 먹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었다. 닭의 생명력이나 인간의 생명력이 자연의 법칙에서 보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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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1’과 ‘가슴 2’는 함께 올린다. 도대체 시인의 가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서 같이 엮었다. 송몽규와 헤어지고 가슴앓이를 했던 시인의 마음일까, 나라를 잃은 현실에 대한 가슴앓이일까? 어느 쪽이든 시인의 가슴은 병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가슴앓이가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병원’(브런치북 1권 『나는 지금, 그의 시에 답하려 한다』에 있다.)에 찾아갔으니 말이다. ‘병원’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가슴앓이의 시작이 ‘가슴 1’과 ‘가슴 2’에 담겨 있는 듯하다.
‘가슴 1’은 그야말로 가슴으로 숨을 쉬는 상태다. 속에 쌓인 게 많을 때 나타나는 증상! 얼마나 답답하면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겠는가! 무엇이 어린 청년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을까?
‘가슴 2’는 한여름에 쓴 시다. 그런데 시인의 마음은 겨울이었던 모양이다. 우리의 가슴은 얼마나 안전한가?! 이 표현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두근거림과 꽉~막혀 가는 숨 뱉어내기도 힘든 맥박은 엄청난 차이다.
잠시 내 심장 소리를 들어봐야겠다. 살아 있다는 증거인데. 몸은 살아 있는데 영혼이 죽은 상태일 수도 있으니 자세히 들어야 한다. 어느 과학자가 그랬다. 심장에도 뇌세포가 있다고!
얼마나 가슴앓이가 심했으면 ‘재만 남은 가슴’이라고 했겠는가! 우리는 어떤 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까?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내가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지 못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해서? 이런 걸 가슴앓이라고 하는 걸까?
가슴을 앓고 나면, 바닥까지 내려가 앓고 나면 단단해진다고 믿는다. 인생은 역설에서 오는 것이니까, 앓은 만큼 내면은 성장할 것이다. 가슴앓이 한번 없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시인의 그 가슴앓이가 이런 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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