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주 세라』 | 프랜시스 일라이자 호지슨 버넷 지음 | 윌북
먼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여겼던 시절과 하녀나 노예를 당연하게 여겼던 사고방식들, 잘못된 인습들을 차치하고 이 작품을 대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 다이아몬드 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금을 캤던 일본인과 결을 같이 한다. 역사적인 사실로만 본다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동화에서 세라가 늘 상상하던 ‘마법’으로 여긴다면 흥미로운 이야기다.
세라 같은 아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가장 먼저 든다. 어른도 갖기 힘든 침착함과 당당함, 인내심, 측은지심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사람으로 탄생한 아이다. 세라 자체가 비현실적인 동화 속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인간은 행복할 땐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가장 고통스러울 때 진정한 본질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세라가 부자일 때나 가난해졌을 때나 진정한 친구로 함께 해 준 사람이 바로 베키, 어먼가드, 로티다.
이 동화를 어른들이 읽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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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어린아이기 때문에 상상하는 걸 좋아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힘이 있다. 『빨강 머리 앤』의 앤과 『작은 아씨들』의 조처럼. 하지만 자신이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아이기 때문에 상상으로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세라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거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심성을 가지고 있다. 인형, 새, 쥐까지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아이다. 그리고 세라의 친구들도 학교에서 약자들이었다.
세라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외모나 재산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아이다. 자신이 굶주렸지만 자신보다 더 굶주린 아이에게 자신이 가진 전부를 주는 아이다. 이런 아이가 있을까? 어른 중에는 더욱 찾기 힘들 수도 있다.
세라는 공주를 원하지 않았지만 공주가 되었다. 나는 세라가 말하는 공주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주의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태도의 품격’으로 공주라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세라가 보여주었던 말과 표정, 행동들에 오만함과 자만심은 없었다. 긍정적이고 겸손하며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품격이 있었다. 이런 품격을 어린 세라는 ‘공주’로 이해하고 ‘공주처럼’ 행동하며 고난을 견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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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이 지나치게 화려한 건 당시 영국인들의 삶이 그랬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뒷부분에 가난해지는 세라의 상황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한 작가의 장치였을 것이다.
자신의 생일날 화려한 생일파티를 하는 중에 가장 가난하고 불행한 아이가 된 세라. 아버지의 죽음까지. 그리고 마법 같은 기적까지! 세라가 다시 부자가 되었을 때 행보를 보면 품격이 느껴진다. 어른이라면 세라처럼 할 수 있었을까? 나라면?
한 가지, 나는 세라가 다녔던 민친 명문 사립 여자 기숙 학교를 자꾸 ‘미친’으로 보게 된다. 민친 교장도 ‘미친 교장’으로 말이다. 내 눈이 잘못된 것이다. 난독증이라도 걸린 것처럼.ㅋㅋ
공주라는 상상이 아니었다면 세라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라는 공주를 상상만 한 게 아니었다. 현실에서 행동했다. 태도를 품격 있게 지켰으며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공주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세라에게 기적이 나타난 건 세라가 한 행동의 품격 때문이었다.
세라가 보여준 태도의 품격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지만 여운이 길었다. 작은 소녀 세라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 현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P.S. :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어 번역판 제목인 『소공녀小公女』를 그대로 직역하면서 생겨난 이름이 『작은 공주 세라』인 모양이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제목은 『소공녀』였다. 그래서 『작은 공주 세라』 제목을 봤을 때는 같은 책인 줄 몰랐다가 읽으면서 줄거리가 같은 것을 알게 되었다. 원제가 『A Little Princess』라고 한다.
제목이든 역사적 명칭이든 사회에서 명명한 단어들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왜 그런 단어가 붙게 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 속에서 잘못된 명칭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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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공주세라 #프랜시스일라이자호지슨 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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