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프터썬aftersun》 리뷰 | 감독 샬롯 웰스
P.S. :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쓴 리뷰입니다. 평론가들의 해석과 완전히 다르고 부족한 글일 수 있습니다. 제 깊이가 얕을 수도 있지만 2022년에 영화를 볼 때는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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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sun의 사전적 의미는. ‘햇볕에 탄 피부에 바르는 크림’이라고 한다. 선크림은 피부에 흡수되어 자외선을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피부를 보호해주는 제품이다.
그러니까 선크림은 햇볕에 노출되기 전 자외선을 차단하는 제품이고, 에프터썬은 햇볕에 노출된 후 진정·보습·피부 회복을 위해 바르는 크림이란다.
감독이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생각하며 영화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태양 아래서 벌어진 감정의 흔적”이나 “그 이후의 감정”을 암시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햇볕에 살갗이 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크림처럼 소피에게 아빠와 함께 한 여행은 소피의 삶을 보호해 주는 역할이었을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은 함께 살고 있지 못하다는 상처가 이미 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서 aftersun과 같은 상태를 이미 품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여행이 서로의 성처를 치유해 준 크림과 같았다. 이미 상처가 생겼을지라도 크림을 발라 아픔을 보호하는 연고처럼. 선크림이든 애프터썬이든, 예방차원이든 상처가 난 후든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로 보았다. 상처의 벌어짐과 깊이는 달라도 진정하고 회복하고자 하는 힘을 내면에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추억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상처를 치유하고 보호하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위로한다.
소피는 아빠와 함께한 여행을 캠코더로 녹화하고 간직한다. 함께 살 수 없는 아빠 캘럼과 딸 소피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바로 여행이다. 하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감각으로 남는다. 감독은 캠코더를 확연하게 보여주지 않고 띄엄띄엄 끊어지게 만든다. 캘럼과 소피의 여행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긴장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서른한 살의 아빠와 열한 살의 딸!
겉으로 보기에는 어른과 아이 같지만 이면적으로는 소피가 아빠를 위로하는 면이 크다. 소피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소피가 캘럼에겐 그런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캘럼은 소피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경제적 어려움, 현재 삶의 고통을 장난식으로 말하면서 내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딸 소피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고 딸 소피에게 만큼은 좋은 아빠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득문득 자신도 어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기의 어린 시절이 사랑받지 못했기에 소피에게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런 캘럼의 노력이 영화 내내 잘 보인다. 캘럼의 뒷모습에서.
나는 배우가 뒷모습으로도 모든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참고 참다 폭발한 캘럼의 오열은 삶의 고난 속에서 딸 소피가 전해준 사랑 뒤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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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열한 살이 뭘 알겠냐고 어린애 취급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피는 아주 젊은 아빠를 뒀고, 아빠와 떨어져서 산다. 아빠와 여행을 할 때만 만나서 추억을 쌓아가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자기와 사는 아빠는 새아빠라는 사실을 알았을 테고 친아빠를 정기적인 날짜에 만나는 삶을 사는 소피가 마냥 어린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면 소피가 어른들의 세상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세상에 얼마나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캘럼이 가족 단위의 호텔을 선택한 것은 소피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또한 캘럼이 혼자였다면 다양한 활동들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비싼 카페트를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피가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캘럼은 “아직 어리다”고 말하며 화제를 바꿨지만 사실은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소피는 겉으로 보이는 아빠와 여행 중 복잡한 심리상태를 보이는 아빠를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성적 사고로 아는 게 아니라 감각적으로,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빠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자신은 없지만 아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부른다. 그리고 아빠의 생일날 함께 다니던 관광객들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소피는 복잡한 아빠의 심리 변화를 느낄 때마다
거리를 두고 아빠를 챙겨준다.
생일 축하 노래선물을 받은 캘럼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이 배우는 등에 이어 표정과 눈빛으로도 감정을 전달한다!) 소피가 어려서 모르고 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나는 소피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자식은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온몸과 세포로 부모의 상태를 읽어 낸다.
어릴수록 그 감각은 더 발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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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캠코더에 담긴 영상을 보는 아빠와 서른한 살이 된 소피(여행 당시 아빠와 같은 나이) 모두 영상에 담지 못한 부분들을 떠올리며 서로를 추억하는 구성이다. 두 사람에게 튀르키예 여행은 서로를 위로하는 진정한 사랑을 가득 짜서 발라주는 손길이다. 누군가의 손길이 자신에게 닿아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캠코더를 보는 서른한 살의 소피는 서른한 살이었던 아빠와 무척이나 닮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아빠와 같은 나이가 돼서야 여행에서 아빠가 했던 말들을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
영화 도입부에는 아빠가 소피를 보호하고 챙겨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소피가 아빠를 위로하고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어찌나 눈물이 났는지.
공항에서 엄마에게 돌아가는 소피가 아빠가 찍는 캠코더에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 마음이 여행 내내 아빠가 소피에게 보여줬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캘럼은 소피의 환한 미소를 가슴에 바르고 삶을 견뎌내게 될 거라고 믿는다.
두 사람에게 남은 감각은
aftersun을 발라주던 손길과
마음을 보호해 주던 눈길들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모두 어릴 때 어른을 위로했고, 이제는 아이들에게 위로받는 어른이 되었다. 어느 시점이 오든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며 걸어가야 한다.
명상이나 태극권, 카페트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의 따스한 손길이 마음을 위로한다. 진정한 사랑은 aftersun을 발라주는 것처럼 서로를 위로해 준다. (결국 소피의 아빠는 자살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랑받지 못했던 아빠의 어린 시절을 현재의 어린 소피가 사랑으로 다독이고 치유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어렸고 어른이 된다.
결과는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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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Dr.Jekyll AND Mr. Hyde/초판본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