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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리뷰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by 데미안에너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리뷰 내용, 6컷으로 미리보기!

“AI생성 이미지입니다.”

상처와 철학으로 읽는 성장 서사


시대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본인들은 아직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가운데 전범국 일본을 옹호하는 영화들이 더러 있다. 그 지점은 정말이지 안타깝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동명의 소설(요시노 겐자부로 작가)에는 내가 지적한 바를 제대로 얘기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책제목만 차용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동명 소설이 훨씬 비판적이고 철학적이다. 십대 소년에게 삼촌이 편지형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확장시키는 내용이다. 1937년에 출판한 책이니 군국주의적 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갖는 이 책이 주목받지 못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 외에도 개인의 윤리, 양심, 연대 의식을 강조하는 철학서다.


아무튼, 영화를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보아도 괜찮을 듯싶다.

역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철학적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친구, 우정’으로 주제를 잡았다고 했는데 나는 영화를 철학적으로 해석했다.

호불호로 나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개인의 취향이니까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난해하거나 어려운 영화는 아니었다. 상처받은 마히토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 채 선과 악을 모두 인정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기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자아성찰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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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 사이의 세계


열한 살 소년에게 어머니의 빈자리는 전쟁보다 더 큰 아픔을 주었을 것이다. 마히토라는 이름이 ‘정직한 사람, 진실한 사람’이라는 뜻이지만(영화관마다 번역에 따라 뜻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마히토는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자신의 머리를 돌로 내려찍는다. 그리고 새엄마인 나츠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자기 마음속에 진실하지 못한 감정들을 쌓아가던 마히토는 왜가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새엄마 나츠코의 큰할아버지가 건설한 탑으로 사라진다.

마히토의 본격적인 여행은 나츠코를 찾으러 나서면서 시작된다. 왜가리가 안내하는 다른 세계는 저승과 이승의 중간지점 같은 느낌이다.(단테의 『신곡』에서 「연옥 편」이 떠올랐다.)


탑에 들어가서 환상으로 만들어 놓은 엄마가 녹아내렸을 때도 마히토는 엄마를 잃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큰할아버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소녀인 엄마(미히)를 만나고, 어부인 키리코를 만나고, 왜가리와 우정이 생기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변화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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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마주하다


큰할아버지가 만든 세계는 죽음이 만연한 곳이다. 그리고 큰할아버지는 열세 개의 정화된 돌로 그 세계를 지탱하려고 한다. 큰할아버지가 만든 과거의 세계를 마히토가 이어받는다면 과거와 타협하거나 과거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마히토는 나츠코를 구하러 온 목적을 잊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나츠코를 새엄마로 인정하게 되었다. 자신의 엄마인 미히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히토의 상처는 치유된다.

큰할아버지가 만든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거대한 크기로 변한다. 하지만 마히토가 있는 세계로 나가면 원래대로 작아진다. 인간들이 허상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키리코가 저 배들은 다 허상이라고 말한 것처럼.

죽음의 세계에서 죽음을 마주하게 된 마히토는 불을 다루는 미히를 통해 화재로 엄마를 잃은 상처를 치유한다. 미히는 마히토에게 말한다.


“불은 무섭지 않아. 그보다 마히토 너를 낳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란다.”라고.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도 알고, 나츠코와 마히토의 관계까지 모두 인정하고 기쁘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 엄마 미히를 보면서 마히토는 엄마와 작별을 할 수 있었고,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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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세계를 선택하다


마히토가 자신이 돌로 찍어 만든 상처가 자기의 내면에 있는 악한 마음이라면 나츠코를 살리기 위해, 미히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행동은 선한 마음일 것이다. 마히토는 큰할아버지에게 악한 마음도 자신의 마음이며, 그 흔적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세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큰할아버지의 세계를 거부한 마히토는 자기가 만든 상처를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그 세계에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것뿐. 자기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것. 그리고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자신에게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 그 사람에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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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고 선택한 후 책임진다


마히토가 큰할아버지 세계에서 깨닫게 된 삶의 진실은 바로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선과 악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책임질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선택과 책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이루어지며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삶은 혼자가 아니라 동행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나츠코와 꼭 잡은 손을 보면 알 수 있다.

마히토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자기 머리에 상처를 냈는데, 그 상처가 원래 세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마히토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주 보고 잘못을 인정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것이다.


“마히토는 이렇게 살 것인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영화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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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같은 작화와 철학적 작품


수채화 같은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화를 무척 좋아한다. 그중에서 이 작품의 작화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음악이 정말 좋다. 역시 히사이시 조의 작품! 80년이 넘는 생을 살아온 대가가 말하는 철학적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일단 자신의 삶을 잠시 멈추고 사색할 때다.

남들이 만든 세상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성찰해야 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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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애거서 크리스티 코드 The Agatha Christie Code』 두 번째 도서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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