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생충》 | 감독 봉준호
자본주의 사회적 구조 속에서는 모든 존재가 서로 기생의 관계에 있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가 보여주듯(인물들의 눈이 가려져 있다.) 우리는 기생의 관계를 보지 않는다.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거짓을 말할 때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눈을 감는다.
진실에 눈을 감을 수는 있지만 냄새는 진실을 감출 수 없다. 또한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아홉 살짜리 아들의 말은 공허하게 허공에 떠돈다. 인간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다. 진실을 가리고 거짓된 삶이라도 쾌락을 좇으면 살아간다. 처절하게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고 인식하고 개혁하기보다는 순응하고 나아지기를 바라고 누군가가 나타나 대신 세상을 바꿔주기를 바란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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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실을 보지 않은 삶은 우발적인 사건들을 일으킨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싸우고 경쟁할 때 부자들은 지하 벙커의 존재조차 모른다. 상류층은 가난한 사람들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보지 않는다. 봐주는 것이다, 선만 넘지 않는다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자신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날 가능성도 있었는데 말이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지식이 많든 적든, 외적인 부분이 좋든 나쁘든 인간은 인간이다. 생명의 중요성을 모르는 자들, 타인의 것을 빼앗는 자들,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은 인간이 아니다. 계급사회는 여전히 존재하고 눈을 가린 채 살아가고 있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자신을 보지 않는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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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기우은 계속 묻는다. 내가 여기에 어울리냐고. 하지만 행동하지는 않는다. 만성화된 고통은 의지를 꺾는다. 자신을 보는 진실을 가리는 것, 쉬운 길이다. 기택은 지하에서 계속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부자들은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므로. 지하 벙커의 존재도 모를 것이다.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인 양 살아갈 것이다.
카메라는 직선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상하구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비 오는 날, 기택의 가족이 집으로 가는 길은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밑바닥에서 다시 올라오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기택은 지하 벙커에 갇혔고 엄마와 아들은 다시 반지하로 돌아갔다. 현실은 냉정하고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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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기생하며 사는 인간이 서로 돕지 않는다면 정말로 기생‘충’이 될 것이다. 기생하지만 공생하는 관계라면 인간이 될 것이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지구(우주)에 기생(공생)하는 존재이다. 단 한 명도 빼지 않고.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포스터에 있는 문장이다. 감독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행복은 나누는 거라고. 가난한 사람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나누고, 부자들은 그 부가 전부 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결국 기생이 아니라 나누어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충’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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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모두 보았다. 언젠가 시리즈로 연재하고 싶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작품을 보고 나면 머릿속에서 다시 영화가 상영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본 후 사유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올린다.
사유 1 :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서로 기생과 공생을 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생명의 진화는 기생과 공생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생과 공생의 경계는 어디일까?
사유 2 : 시각이 아니라 후각으로 자본주의 구조와 계급을 읽어내는 감독의 감각이 놀랍다. 영화 《추락의 해부》에서는 시각을 청각으로 처리한 감독의 감각을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각은 믿을 수 있는가? 감각에는 어떤 진실이 담겨 있을까?
사유 3 : 기택의 분노와 폭력은 개인의 비극인가 사회구조가 만든 비극인가?
사유 4 : 부자들이 말하는 ‘선 넘지 않기’와 가난한 자들의 ‘현실 감각’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그어놓은 선을 우리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사유 5 : 기생‘충’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사유 6 : 현대사회에서 공생은 나눔과 베풂, 배려와 이해가 아닐까?
#기생충 #봉준호 #아카데미작품상
✍ 다음 연재 – 『애거서 크리스티 코드 The Agatha Christie Code』 여덟 번째 도서가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