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우리는 책임을 부여받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태초의 아침」과「또 태초의 아침」

by 데미안에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아홉 번째 시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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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보고 인위적으로 만든 계절의 의미가 아닌 ‘태초의 아침’에 ‘빨―간 꽃’이 피었다. 하지만 그 꽃에는 독毒이 들어 있다.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내면에는 독을 품은 ‘꽃’이다.

반면에 ‘사랑은 뱀’과 함께 ‘마련되었다’고 말한다. 성경에서 하와가 뱀의 꼬임에 빠져 선악과를 따 먹고 죄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모든 것은 ‘그 전날 밤에//모든 것이 마련’되었다. 신은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을 것을 알고도 뱀까지 보냈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던 신인데, 하와가 어떻게 할지 알고 있었으면서.

하지만 시인은 ‘사랑은 뱀’과 함께라는 말로 성경 내용을 비틀었다. 사랑은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일까? 말에서 나오는 독, 눈빛에서 나오는 독, 행동에서 나오는 독! 독은 다양한 형태로 모양을 바꿔서 인간에게 접근할 것이다. 독을 품은 게 사랑이 맞을까? 신이 사과에 독을 품어 유혹했던 것일까?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독’을 현명하게 사용하면 ‘약’이 된다는 사실이다. 사랑도 그와 같은 것은 아닐까. ‘태초의 아침’에 마련된 ‘뱀’과 ‘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이 시는 우리에게 선택과 책임을 묻고 있다. 이미 세상에 던져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 그리고 결과엔 책임이 따른다. ‘태초의 아침’에 우리는 선택과 책임에 대한 사색이 필요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열 번째 시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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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안고 땀을 흘리는 삶


인간이 죄를 짓고 부끄러워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화자는 빨리 그러리라 마음먹는다. 세상에 인간으로 던져졌으니 어차피 인간의 삶이 그러하다면 화자는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한다.

봄이 와 죄를 지어야 인간으로 눈이 밝아진다면 기꺼이 해산이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부끄러운 상태로 땀을 흘리며 걸어가리라는 화자의 다짐에 나는 왜 위로를 받는 것일까?


부끄러운 건 죄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닌가. 부끄러움을 안다면 자신을 속이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을 기만하면서 사는 삶이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시인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또 태초의 아침’에 부끄러움을 알더라도 이번에는 빨리 죄를 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자신이 처한 그 자리에서만 행동할 수 있다. 과거나 미래로 가서 움직일 수 없다. 오직 몸은 현실에 자신을 묶어둘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 자기의 내면을 현재로 돌이킬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니고 무엇인가!

육체와 정신의 합일!

‘땀’을 흘려 현실에서 자신을 살아 있게 만든다. 부끄러움을 마음에 안은 채! 그래야 ‘또 태초의 아침’이 온다.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감을 절절하게 깨달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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