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전집] 연재: 앤, 반짝이는 이름 #6

6권 『잉글사이드의 앤』 리뷰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by 데미안에너지

주체적 삶 속으로


6권 『잉글사이드의 앤』 리뷰 내용, 4컷으로 미리보기!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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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다정한 집을 그리다


잉글사이드Ingleside란 ‘난롯가’라는 의미라고 책에 나온다. 따뜻하고 다정한 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앤과 길버트는 아이들을 그 당시 관습대로만 양육하지 않고, 둘이 의논해서 민주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책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른다’라는 말이 나온다.

『잉글사이드의 앤』은 앤이 34~40세(1899~1905년)까지 생활을 다룬다. 앤과 길버트의 여섯 자녀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다루는 내용이 담겨 있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10대인 싱클레어의 감수성을 얼마나 자세하게 묘사했는지 놀랐었는데, 『잉글사이드의 앤』에서 작가는 유년 시절에 접어든 아이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초록지붕집의 앤』에서 앤의 마음을 묘사한 것을 보면 이미 짐작할 수 있지만, 내가 더 놀란 것은 『잉글사이드의 앤』에서는 한 명이 아니라 여섯 아이의 속마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1899~1905년대 사회상도 다양하게 나온다. 다만 사회상을 알려주는 내용이 너무 길고 솔직히 쓸데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독서를 할 때 『초록지붕집의 앤』, 『애이번리의 앤』, 『레드먼드의 앤』처럼 집중력이 강하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4권 『바람 부는 포플러나무집의 앤』보다는 덜 지루했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를 무시하고 작품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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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L : 익숙함과 무심함 사이


앤은 엄마가 된 후에도 자기 정체성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물론 가족을 위해 아내로서, 엄마로서 위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긴 하지만 그래도 상상력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모성과 여성 앤 사이의 균형을 지켜내려는 앤의 분투기처럼 보였다. 세 살이나 많은 길버트와 공동 1등을 하고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영재에 속한 앤이 집에서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물론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인 것은 맞다. 우리 사회는 그 일을 변호사나 의사라는 직업처럼 존중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안타까웠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성의 사회생활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면 당시에는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앤은 자기의 재능을 놓치거나 잃어버리지 않았다.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하고, 지적 탐험을 하면서 유지한다. 앤이 아이들과 대화할 때 보면 지금 부모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 많다. 교사일 때도 앤은 자기의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가정을 이루면서는 더욱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물론 수전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시대이기는 했지만.

앤은 모성과 자기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길버트에 대한 오해로 잠시 균형을 잃을 뻔한다.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회귀한다.


인간은 함께 살면서 익숙함과 무심함 사이에서 자기를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족은 익숙해지고 서로 무심해질 수 있다. 그러면 무례해진다.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대상이 가족이다. 그래서 나는 가족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이 예의와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함과 무심함은 예의와 존중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앤의 소녀 같은 감성이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지, 아이들과 길버트가 왜 앤에게서 힘을 얻고 삶을 이어 가는지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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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 : 아이들의 세계, 또 다른 성장 서사의 시작


앤은 여섯 명의 아이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성장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앤이 어린 시절 초록지붕 집에서 상상하며 갈등을 겪고 실수를 통해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앤의 가장 큰 능력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힘이다. 기질적인 면도 있겠지만 현실주의자 마릴라의 양육에 영향을 받은 면도 있다.

제임스 매슈(젬), 월터 커스버트, 앤(낸), 다이애나(다이), 셜리, 버사 마릴라(릴라) 블라이드. 여섯 명이나 낳았다니.(죽은 조이까지 일곱 명이다.) 한국도 50~70년대까지는 자녀 수가 많았지만 90년대 이후로는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이 여섯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풍족한 삶을 누린다. 당연히 주변 아이들에게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앤은 어릴 때도 타인의 행복을 자기의 기쁨으로 여기는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자기 아이들도 그렇게 양육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질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못난 마음이니까.

제임스, 월터, 낸, 다이, 셜리, 릴라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묘사한 작가의 필체에 빠져들면서 ‘아이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나도 어릴 때는 저런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앤은 어릴 때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더 현명하게 아이들을 마음으로 이해한다. 앤은 아이들을 키우며 인생을 바라보는 폭이 넓어지고, 통찰력도 얻게 된다. 또한 삶이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함께 걷는 과정이라는 점을 배운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과 어른이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지난 시대는 다르다.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 했던 실수들이나 갈등이 어떤 의미였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그런 뜻일 것이다.

앤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랑을 실천한다. 그렇게 어렸던 아이 앤도 성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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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W : 사랑이 머무는 자리


책 후반부에 앤은 결혼기념일에 권태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역시나 앤은 자기의 감정을 바로 알아차린다. 아이들에게 짜증스럽고 날카로운 말투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고친다. 이 능력은 정말 귀한 자산이다. 무의식에 지배당해 자기 자신을 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해는 풀렸고, 길버트는 앤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한다. 또한 앤이 아이들을 양육하느라 얼마나 지쳐 있는지, 자기네 고모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헤아리고 있었다. 지금도 흔하지 않은 남편이다.


앤과 길버트의 관계는 11세(앤)와 14세(길버트) 때부터 이어진 역사 속에서 진화했다. 다른 어떤 사람이 그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인다. 눈빛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부가 얼마나 있을까? 그런 관계가 가능하려면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짐작만 하게 된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오래 서 있을 수 있고 가치관이 비슷해서 대화가 즐겁고 말없이 있어도 편안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 그런 사랑은 물방울이 바다가 되어 파도를 넘는 일처럼 오랜 시간과 노력이 쌓여야 가능할 것이다. 시간만 함께 한다고 그런 관계가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바로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인지 인식했을 때만 가능하다. 앤은 인생의 진리를 깨달으며 매 순간을 지나온 것이다.

『소피의 세계』에서 철학자가 갖춰야 할 것이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앤은 매 순간을 놀라워하며 자기뿐만 아니라 주변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사랑은 시간이 흘렀다고 퇴색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고 넓어지는 것이다. 그 사랑은 깨달은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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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사이드의 앤』은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서사가 인생의 깊이를 키운다는 진리와 여성으로서 앤이 자기 인생을 어떻게 가꾸어 가는지 담담하게 말한다. 가족의 삶이 인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알려주는 작품이다. 개인주의와 혐오로 흐르는 시대에 앤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현재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기 바란다.

인생은 자기 자신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만 응답한다.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외부에 던져 버린지도 깨닫지 못하고 산다면 그것만큼 슬픈 삶은 없다. 성찰한 사람에게 객체로 서 있는 시간은 1초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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