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비오는 밤」과 「산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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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하다-(어떤 장소가) 인적이 없어 쓸쓸한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다.
이 시어가 커다랗게 확대되어 들어온다. ‘호젓하다’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어다. 그런데 뜻은 ‘쓸쓸한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다니!
고독을 느낄 시간이 ‘호젓한 시간’일까? 오로지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호젓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인간은 자기의 고독을 마주 볼 수 있어야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윤동주 시인은 끊임없이 자기의 내면적, 근원적 고독을 마주한 사람이 아닐까!
고독이 오직 홀로 외로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독은 혼자가 아니다. ‘홀로 있는 듯이 외롭고 쓸쓸함’이 사전적 정의다. ‘홀로 있는 듯이’가 말하고 있다. 고독은 혼자가 아니다. 곁에 사람이 있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음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이 자기 곁에 많지만 그 인생의 기쁨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인은 ‘비오는 밤’, ‘삼경’에 ‘호젓’하게 ‘염원’한다. 그의 ‘염원’은 무엇이었을까? ‘인간다움=사람다움’이 아니었을까?
숲속에서 ‘호젓’하게 앉아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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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물’이 흘러 강을 지나 ‘바다’로 간다. 우리 인생도 근원에서 성찰로 이어진다. 도서 『리버 보이』에서 리버 보이도 바다로 헤엄친다. 이미 강물은 바다를 품고 바다로 흐르는 것이다. ‘산골물’도 바다를 품고 바다로 간다. 물은 지형이나 장애물을 마주 보며 지나간다. 도망가지 않는다. 움푹 파인 곳은 채워서 가고 바위가 있으면 주변을 에워싸고 흘러간다. 나무가 있으면 물을 주며 가고 폭포가 있으면 아래로 떨어지는 용기를 낸다. 수심에 따라 빨라지고 느려지는 것 같지만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며 흘러 바다에 도착한다.
윤동주 시인도 물이 흘러 바다로 간다는 것쯤 이미 알고 있었을 테고 인생의 깊이와 연결해 생각했을 것이다. 마음이 시끄럽고 괴롭지만 조용히, 가만히 바다로 흐르다 보면 어느새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인간도 태어나 죽음을 향해 간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가는 것을 ‘삶’이라고 말한다. ‘삶’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생함이 있다. 하지만 살아도 죽은 삶이 있다. 삶에서 진정한 관계가 빠지면 사는 게 아니다.
강물이 바다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강물이 아니고 바다가 된다. 자기의 틀을 깨는 놀라운 순간이다. 인간이 틀을 깰 수 있는 기적은 매 순간이지만 우리는 어리석어서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감정이 고여 있으니 흐르지 못하고 썩을 수밖에!
오늘은 자기의 내면에 고여 있는 감정을 흘려보내자! 산골물에서 강물로 그리고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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