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 마마(Thanks Mama)!

서울여자 도쿄여자 #02

by 김경희

도쿄 여자, 김민정 작가님!


씨실과 날실이 만나 한 뼘 옷감이 되는 일, 저는 그런 걸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잘 만들어진 옷처럼 상대방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인연. 우리가 이렇게 서울과 도쿄에서 편지를 주고받기로 한 것도 그런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요. 게다가 우리는 같은 마흔 살이고, 둘 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며, 글로 밥벌이를 하는 생계형 작가라는 직업을 똑같이 가지고 있으니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무엇보다 우리가 벌써 마흔 살이라니! 누군가는 마흔쯤 되면 가정적이나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기 시작한다던데, 이건 뭐 마음이 녹녹해지기는커녕 시쳇말로 하루하루가 버거운 전쟁 같은 삶이네요.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끝나지 않아서이겠죠? 난 한 명도 버거운데 세 명이나 키우다니, 당신은 정말로 대단해요!


재작년 여름으로 기억해요. 광화문의 한 서점에서 당신의 책을 처음 만난 그날 말이에요. 제가 진홍색 표지의 그 책을 손에 집어 든 이유는 딱 두 가지였어요. 표지 뒷면에 담긴 흑백사진 속 여인의 얼굴(그것은 당신의 엄마 사진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엄마의 도쿄’라는 아주 심플하면서도 끌리는 제목 때문이었어요. 와우, 엄마와 도쿄라니!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두 단어의 조합이 저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엄마와 당신이 알고 있는 엄마의 삶이 아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어떤 예감, 그리고 상반된 유형의 두 여자가 각각 낳아 기른 딸이 저마다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 하는 호기심 같은 것이 생긴 거예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지 않으면 어른이 되지 못할 것 같았다는 작가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제 경우는 좀 달라요. 아직 저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을 자신이 없어요. 아마도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되었거나 혹은 진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언젠가 엄마에 대해 한번쯤 이야기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확실한 건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엄마의 삶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살짝 귀띔 하자면 당신의 엄마처럼 내 엄마도 참 미인이었어요. 단발머리에 나팔바지를 즐겨 입던 그녀들, 그 시대 영자 숙자 말자 춘자(이건 우리 엄마 이름이에요^^) 라는 이름의 그녀들이 정말 예뻤을 때를 기억해야 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그녀들이 가장 빛나고 예뻤던 시절, 그것은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추억할 수 있는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니까요. 언젠가 작가님에게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땐 저도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아, 그리고 고백할 게 또 하나 있어요. ‘서울여자 도쿄여자’ 라는 편지의 주제처럼 저는 실제로 서울에서 태어났고 이름도 경희(京姬), 그러니까 진짜 서울여자가 맞습니다. 한때는 제 이름이 정말 싫었어요. 경희나 정희 영희, 이런 이름 말고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유미나 지혜, 혹은 연지와 같은 그런 이름을 갖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경희, 서울여자라는 이름이 자꾸 좋아지고 있어요. 게다가 반전도 있답니다. 저는 서울여자인데 서울에 살고 있지 않아요. 도쿄도 마찬가지겠지만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고 전세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일이니까요. 서울여자가 들려주는 서울 근교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어떤가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죠?


우리가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기 까지 우물쭈물, 멈칫멈칫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이렇게 서로를 향해 손을 뻗치게 되었네요. 인연이라는 건 참 신기해요. 씨실과 날실이 만나 한 뼘의 옷감이 되듯, 우리 서울과 도쿄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함께 엮어가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과 저를 만나게 한 그녀들에게 인사 한번 할까요? 땡스마마(Thanks Mama) 라고!

도쿄1.JPG 2014년 가을 도쿄 골든가에서-도쿄여자(가운데), 서울여자(우측)

서울 여자, 김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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