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도쿄 여자 #08
도쿄 여자, 김민정 작가님!
이메일을 보낸 것처럼 도쿄에 가게 되었어요.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라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작가님을 꼭 만나고 오려고 해요. 우리가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은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한번쯤 만나서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의논해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벌써 3번째 만나게 되네요. 첫 번째 만남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저는 사소한 일들에 대한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대부분의 상황을 거의 기억하고 있답니다. 당시 일본(도쿄) 출장을 가게 되었다는 말에 제 오랜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내 어릴 때 친구가 도쿄에 있는데 작가야. 둘이 만나면 뭔가 통할 것 같기도 하다. 한번 만나보겠어?’ 네 그래요. 작가님.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도쿄, 거기서도 가장 번잡한 신주쿠의 한복판에서였어요. 첫인상이 어땠냐고요? 아이를 둘씩 키우고 있어 모처럼의 외출에 신이 난 듯 보이는 도쿄 여자, 전형적인 일본여자처럼 아기자기하게 자기를 꾸민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무엇보다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할 땐 아! 우리는 영락없이 친구가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님도 제 첫인상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 날은 제 인생의 첫 도쿄였어요. 작가님과 우리를 이어준 그 친구, 그리고 친구의 남편과 함께 우리는 골든가로 이동해 교토 음식을 먹으며 술을 한잔씩 했었죠. 그날 감기 기운이 있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저에게 작가님이 ‘진저에일’을 시켜주셨는데, 저는 그걸 맛보고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이렇게 맛있는 무알콜의 탄산음료가 있다니! 생강향이 은은히 나면서 달콤 쌉싸래한 그 음료는 이젠 도쿄에 가면 꼭 주문해 먹게 되는 음료가 되었죠. 그날 우리가 함께 한 건 두어 시간 정도 될까요? 짧은 시간, 썩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일행이 있는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도쿄에 자꾸 오게 되겠구나! 하고 말이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세계 각국마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외국 어디에도 나갈 시간이나 여유가 없던 지난 10년(아이를 키우는 내내) 동안 다른 곳에서 친구를 만들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도쿄에 친구라니! 왠지 도쿄는 친구가 살기에는 더 없이 좋은 도시인 것 같아요.
첫 번째 만남 후 작가님의 집 근처에서 보았던 두 번째의 짧은 만남(그때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모습이 지금도 기억나요), 그리고 그날 함께 먹었던 허름하지만 꽤나 맛이 좋았던 동네의 작은 스시 집, 우리는 그날 약속을 했었지요? 함께 책을 쓰자고 말이죠. 여기까지가 ‘서울 여자, 도쿄 여자’의 탄생 스토리가 되겠군요.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만들어가는 갓 40대에 접어든 우리들의 이야기 말이에요. 우리가 마흔 중반이 되어도, 오십이 넘어도 계속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감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일상을 채색하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사소한 일들을 기록하는 것, 마흔 살이 된 지금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그런 것들이에요. 그리고 이제 세 번째 만남을 위해 저는 지금 도쿄로 갑니다. 곧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고 포근포근해지는걸요. 거기 그대로 계세요. 서울 여자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서울 여자,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