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엄마 휴가기

네 아이 키우기

by 키다리쌤

늘 정신없이 살던 나의 삶에 쉼표 하나를 찍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중학생 큰 아이 도시락 싸서 학원 보내고 삼둥이들 삼시 세 끼에 수영 데려다주고 공부 가르치랴 정신없이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뭔가 마음속에 묵직한 덩어리가 앉은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삼둥이를 태권도 보내고 산책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부담감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말했다. “나 혼자서 1박 2일을 보내고 싶어. 진짜 아무것도 안 해 보는 것이 내 소원이야.” 그랬더니 아이들과 아이 아빠가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다.


금요일 저녁 단호박죽을 잔뜩 끓여 일찍 먹이고 엄마인 나는 휴가를 떠났다. 책방에도 가고 옷도 사고 싶었던 나는 강남 고속터미널에 갔는데 어느새 반디 앤 루디스 서점은 사라지고 없었다. 허전한 마음에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들어간 식당에서 매콤한 오징어 삼겹살 볶음을 시켰는데 맛이 없다. 삼겹살에서 계속 얇은 뼈가 나오는데 재료를 얼마나 싼 것을 사용했길래 음식이 이 모양일까 같은 돈으로 삼겹살 사서 먹으면 맛이라도 있을 텐데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돈이 아까웠다. 아차차 고속터미널은 간단히 먹고 버스 타려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잘 알아보고 가지 않으면 그저 그런 밥집에 가게 될 확률이 높다. 기왕 온 1박 2일인데 맛있는 식사로 시작하면 좋았을 것을 서점도 없고 저녁은 맛이 없다. 인생은 늘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머지 시간이라도 알차게 보내야겠다. 대충 먹고 옷을 사러 갔다. 평소 학교는 매우 춥다. 롱패딩 입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럽고 편하게 입을 조끼 하나 티 하나 샀다.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간단한 간식을 사서 호텔로 갔다.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깨끗한 곳이었다. 영화도 보고 tv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해서일까 평소 해 보고 싶었던 1박 2일을 해서일까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남편에 대한 원망도 아이들을 향한 무한 책임감도 내려놓고 잠시 쉬었더니 상쾌했다.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에는 우리 동네로 돌아와 친한 언니들을 만났다. 사는 이야기, 중학생 아이 이야기, 남편 이야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왔는데 6시간이 지나 점심 겸 저녁을 먹고 갈 판이었다. 우리 남편의 세 나중돈(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돈다) 이야기를 꺼내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토요일마다 나가는 것이 서운하다는 것으로 참을 인자를 되새기는 보살역할을 하려고 하니 다른 언니가 물건 던지는 남편을 참고 사는 이야기를 꺼내 보살역할은 언니에게 물려주었다. 이상하게 언니의 고생담에 나는 왜 위로가 되는 걸까? 눈물이 나려다가 쏙 들어갔다. 완벽한 남편, 완벽한 아내가 어디 있을까? 다 우리는 그 언저리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듬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


오후 4시에 기나긴 수다를 마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일어섰다. 1박 2일의 휴가는 재충전되는 시간이 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때로는 엄마인 나도 나의 마음도 잘 돌봐가며 아이들을 키워야겠다. 쌓이고 쌓여서 감정이 폭발하지 않도록 나를 더 돌아보고 즐거운 시간을 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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