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어른

네아이 이야기

by 키다리쌤

우리 집에는 중간 어른이 있다.

평소에는 다둥이 집(아이 넷) 특징답게 맛있는 초콜릿과 사탕을 나눠먹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 숨어 먹는다거나 셋째 넷째 여동생들과 사소한 일로 투닥투닥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아이(정신 연령은 초등학생) 같다.


그러나 삼둥이(둘째, 셋째, 넷째)가 할 일 제대로 안 하고 놀아서 또는 버릇없이 행동해서 혼날 때 엄마인 나의 큰 소리가 조금만 길어진다 하면 우리 집 첫째인 중간 어른이 나선다.


“엄마, 아이들도 다 이해했을 거예요. 일절만 하세요. 오히려 역효과 난다니까요. 크게 혼내시면 지나고 나서 후회하실 거예요. “


어이가 없다. 방금 전 쌍둥이 여동생 놀려서 다투던 네가 맞니? 묻고 싶다. 이제는 아이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다니 말도 안 된다 싶다가도 이게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형제자매의 협력인가 싶어 첫째의 편을 들어 화를 멈추고는 한다.


한 번은 하고 있는 공부가 힘들다기에 그만하라고 하니 그럼 중학생인 자기가 뭘 해야 하냐며 도리어 나한테 화를 낸다.


“그럼 제가 하루종일 게임을 해야 하나요? 친구들이랑 나가 놀아요? 전 공부가 하고 싶다고요. 초등학교 때 야구하면서 멍도 실컷 때려봤고 친구들과 어울려도 봤고 이젠 공부가 하고 싶어요. 제가 힘들다고 하면 그냥 들어주면 안 돼요?”


역시 어이가 없다. 그러나 틀린 말 하나 없기에 “그래, 공부하느라 힘들지.”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우리 집 중간 어른 되시겠다.

천천히 커도 되는데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기특하면서도 아직은 아이였으면 하는 이 엄마의 이중적인 마음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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