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교실 이야기

by 키다리쌤

4학년 음악 시간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아이들이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난리다. 가만 보니 이야기 하나 꺼내지 않고는 안 넘어갈 분위기에 휩싸여 지난 나의 첫사랑들을 잽싸게 머릿속에서 꺼내 보았다. 대체 누구를 첫사랑으로 한담.


초등학교 1학년때 좋아했던 짝꿍은 다음 해에 전학을 가서 못 만났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친한 언니의 친구의 후배였던 의대생인 그 아이를 선생님이 되어 만났었다. 그러나 한두 번의 만남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두 번째 첫사랑 이야기 대상은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아이였다. 역시나 의대생으로 가끔씩 만나고는 했는데 서로 묘한 기류를 느끼며 썸을 탔다고 까지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도 여기까지이다.


어쩔 수 없이 들려줄 만한 에피소드는 지금 남편 이야기 밖에 없다.


“선생님이 말이야. 젊었을 때 2학년을 가르쳤는데 제자가 늘 선생님한테 찾아와서 ”남자 친구 있어요? “물었어. 어느 날은 왜 자꾸 묻냐고 했더니 삼촌이 대답을 들어오면 스키장에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없다고 하고 스키장 다녀오라고 했지.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아이가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지금의 큰 형님, 옛 학부형)께서 우린 이사 가지만 삼촌 소개해 드리고 싶다고 하시는 거야. 평소 같으면 안 나겠지만 실내화를 신고 교실을 청소하러 오시는 그 아이의 어머니의 뒷모습이 너무 예뻐 보여서 그러겠다고 했지. (20년 전에는 저학년 교실을 청소하러 번갈아 가며 학부모님들이 오셨었다) 그때 소개받은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야. “


아이들이 웅성웅성 깔깔깔 거리더니 자기들끼리 한 마디 한다.

“옛날에는 예뻤나 보다.”

나는 듣고야 말았다.

“선생님이 지금 어때서? 오늘도 집에 가면 토끼 같은 자식들이 엄마 엄마 하면서 안기려고 달려온다. 우리 집에서는 나도 잘 나가. “


여태까지 나는 어른인 내가 아이들 자존감만을 세워준다고 생각했는데 뒤집어 생각해 보니 우리 집 아이들도 날마다 열심히 엄마의 자존감을 세워 주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없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