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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Feb 08. 2023

마틸다 뮤지컬

-네 아이 이야기-

아이들이 이번 겨울방학동안 넷플릭스로 마틸다 뮤지컬을 자주 보았다. 매번 입에서 흥얼거리는 노래도 마틸다 뮤지컬 노래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인 나는 무엇에 홀린듯이 마틸다 뮤지컬 반값 세일할 때 온 가족의 티켓을 사고야 말았다.(물론 2층의 뒷자리 였지만 6장의 티켓을 사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나도 집안일 하며 틈틈이 마틸다 뮤지컬을 보았는데 노랫말에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사탕이나 콜라 같은 단 것도 실컷 먹고 늦게 자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 집은 내 돈 주고 과자, 사탕이나 콜라를 원하는 만큼 실컷 사먹는 집이 아니었다. 사탕은 특히나 돈주고 사지 않는다는 이 엄마의 원칙대로 거의 먹지 않고 자랐다. 그래서 아이들이 할로윈 사탕 나눠주는 날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엄마가 사탕 실컷 먹도록 공식 허락해 준 날이니 말이다. 그래도 피자 시켜먹을 때 콜라는 한달에 한두번은 먹은 것 같다. 그러나 냉장고에 콜라를 저장하고 먹는 집이 아니었으므로 우리 집 아이들은 백퍼센트 공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듯했다.


선생님 입장으로는

틀에 박힌 학교 생활을 벗어나려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나는 아이들의 혁명을 보았다. 나도 학급 아이들이 착한 아이, 순한 아이가 될 것을 바라며 선생님 말씀에 도전하는 아이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네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수용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뮤지컬에 나오는 크런치볼 교장선생님처럼 규제와 규칙 속에 움직이는 아이들을 바래 온 것은 아닌지 나의 선생님으로써의 삶을 되돌아 보았다.


그리고 뮤지컬의 하니 선생님을 보면서 첫째 아이 5학년때 담임 선생이 떠올랐다. 유난히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로 인해 힘들어 하던 우리집 첫째! 선생님이 방패막이가 되어주셔서 시골학교라 구성원이 그대로 올라가는 그 학교에서 그 해 우리 아이는 가장 평안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힘의 균형을 제대로 맞춰 주지 않으시면 때로는 교실이 정글이 된다) 또한 독서를 좋아하는 첫째에게 로마인 이야기1~15 등등 도전적인 책을 과제로 주셨고 아이는 그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책을 열심히 읽어 나갔다.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할 때라 책이 위로자가 되는 듯한 시기였다. 마틸다 뮤지컬 속의 마틸다처럼 말이다.


아이가 힘들 때마다 책이 주는 위로가 아이를 일으켜 세우곤 했으니 인생에서 한가지를 잃으면 다른 한가지를 얻을 수 있는 듯하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마틸다 뮤지컬을 보고 난후 온 가족이 마틸다 노래에 푹 빠졌다. 큰 아이는 나무위키로 마틸다 검색을 하고 있고 나는 아이들과 마틸다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이번 해에 오디션이 있다면 딸들에게 마틸다 주인공에 도전해 보자고 바람을 불어넣으며 딸들과 내가 마치 마틸다 뮤지컬의 주인공이 된 듯한 상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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