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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Mar 06. 2023

나 빼고 다 새삥!

교실이야기

뛸 듯이 기뻤다. 교실이 생겼다. 아마도 2월 23~24일 바닥공사를 했을 것이고 28일인 2월의 마지막날 칠판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요새 노랫말대로 완전 “새삥“이다. 칠판, TV, 사물함, 책장 전부 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살짝 어지럽다. 어느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 물건들이 들어오고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떠돌지 않고 교실이 생겨 행정실장님을 꼭 껴안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3월 1일 아이들도 없는 빈 교실에 앉았다. 그리고 곧 아이들도 교실에 들어오니 나는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할까 고민하며 이책저책을 뒤져 보았다. 모든 것이 다 새삥인데 나는 너무 헌 선생인 것 같아 정신 교육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여러 권의 책 중에 먼저 집은 책은 이영근 선생님의 참땀사랑 책이었다. 첫날에 선생님으로 너무 무섭지도 과하게 친절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하면서도 적당히는 참 어렵다. 마치 전문 요리사들이 소금 조금 설탕 조금 하며 간맛추듯이 말이다.


선생님 말씀이 맞다. 학부모 입장으로 보면 너무 무서운 선생님도 아이들이 경직되는 것 같아 두렵다. 물론 선생님들이 일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첫날 웃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첫날이 아이들이 가장 조용한 날이고 말을 잘 듣는 날이니 기선 제압을 해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첫날 우리 집 아이들에게 “첫날 선생님 어땠어?” 물었을 때 “엄마, 너무 무서웠어.” 그러면 엄마인 나도 긴장이 된다. 아이들처럼 경직 되곤 한다. 역시 너무 무서워서는 안 된다.


반대로 너무 친근한 젊은 선생님은 더더욱 두렵다. 아이들의 말에 휘둘리시면 교실이 정글이 되는 경우를 보았다. 첫째 아이의 표현대로 아이들은 정글에서 각자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힘의 균형이 깨진 교실 안에서 사자의 본성을 가진 아이들과 토끼의 유순함을 가진 아이들은 야생의 생활방식대로 살아가게 된다. 즉 주토피아 속 토끼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무서운 선생님보다 더 잔인한 학교 생활을 아이들이 맛보게 된다.

 

적당히 해야 하는데~ 말 그대로 적당히는 참 어렵다. 마법의 msg 라면수프라도 팍팍 넣어 맛있는 맛을 내고 싶지만 헌 선생님인 나는 구수한 밥맛 나는 선생님이 될 것 같다. 역시 다시 기본에 충실하자는 다짐을 하며 책들을 통해 헌 마음이라도 깨보고자 정신교육 중이다. 다음책은 그림책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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