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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Mar 10. 2023

꼬래비

-교실 이야기-

토요일 늦은 오후 둘째 친구들이 공원에 모여서 포켓몬 고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재밌어 보이길래 둘째에게 너도 하고 싶으면 하고 오라고 했더니 싫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다.


(엄마) ”왜?”

(둘째)“내가 꼬래비라서 가기 싫어.”

(엄마) “음. 그렇구나. 꼬래비라서 가기 싫었구나.”

(둘째) “나 축구할 거야.”


토요일마다 4~5시가 되면 동네 아이들이 모여 축구를 한다. 자기들이 부르는 호칭도 참 귀엽다. 손흥민, 음바페 등등 자기들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들 특징대로 아이들의 축구하는 습관에 맞게 부르고 있었다. 어느 날 둘째가 와서 축구 형아들이 자기를 음바페라고 한다며 누군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음바페가 월드컵 때 축구골 넣는 동영상을 시청했다. 월드컵 때 골을 많이 넣어 요새 아주 유명한 축구 선수였다. 둘째는 동네 형아들 사이에서 축구 잘한다고 인정받는 모양이었다.


나도 요새 일하는 속도가 꼬래비이다. 4학년 동학년 선생님들 모두 어찌나 일이 빠르신 지 10년 육아 휴직하다가 온 나는 허덕허덕 따라가고 있다.


그럼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아이 넷을 키워 다양한 아이의 특성을 직접 살면서 느껴본 것이다. 어제 둘째가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선생님께서 학교에서 만화책 못 보도록 쉬는 시간 ’만화책 금지‘정책을 펴신다고 하셨는데 둘째는 학급 친구들이 빌려주는 만화책 보는 재미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둘째 아이 반 선생님께서 만화책만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 보드게임, 독서, 큐브 이 세 가지만 하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교실 안에서 걸어 다니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앉아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특히 우리 집 둘째! 등교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학교 가기 싫다고 난리이다. 집에서는 만화책만 읽으라며 만화책도 잔뜩 사주겠다고 약속하며 겨우겨우 둘째를 달랬다.


선생님 입장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어렵다.

둘째 아이가 주는 삶의 지혜였다.

둘째는 마음으로 말했다.


엄마는 그런 선생님 되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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