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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Feb 24. 2023

교실도 없는데 개학이라니…

올해 4학년을 맡게 되었다. 고학년도 아니고 저학년도 아니고 딱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그렇고 업무도 작년 그대로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교실이었다. 한 반이 늘어나면서 영어 교실을 바꾸었는데 그 교실이 우리 교실이 되었다. 그러나 엊그제 다녀온 교실에는 정말 책상과 의자만 있었다. 황량한 교실에 햇볕이 쭈욱 들어왔다. 2월이 거의 끝나가는데 우리 교실만 바닥 공사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바닥을 뒤집어야 하니 들어갈 수 있는 기약이 더 멀어졌다. 이렇게 교실도 없이 개학이 가능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교실을 달라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리고 임시로 사용할 교실로 도서관 안에 있는 긴급 돌봄 교실인 멀티미디어실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학교가 온통 공사판이라 (화장실 공사, 문짝 공사, 학교 밖 공사, 바닥공사 등등) 문이 안 달린 교실도 많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 가장 불쌍한 교사는 나인 것만 같아 눈물이 찔끔 났다. 교실까지 구하고 다녀야 하는 내 처지에 심란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다. 칠판도 tv도 컴퓨터도 사물함도 없는 교실이라니… 그것도 2월 후반에 말이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된 일! 증설하라는 공문이 너무 늦게 왔고 행정실에서 아무리 서둘러도 다른 학교들 일정과 맞물려 공사가 쉽지 않고 다들 최선을 다하는데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도서관 안에 있는 교실을 임시로 사용해서 먼지가 비교적 적은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기 시작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직접 바닥 공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칠판을 사 올 수도 없고 일이 되길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내 마음과 기분은 내 스스로 바꿀 수 있으니 올 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해며 나를 다독였다. 잘 될 것이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우리 교실이 없이 잠시 떠돌아도 행복한 우리 반을 만들 것이고 어디에 있든 따뜻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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