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그랬다는 증거 있나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따돌림을 심하게 당한 그해

왕따를 주도했던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했을 때 첫마디가 그랬다.

“우리 아이가 그랬다는 증거 있나요? “

나는 무슨 기대를 했을까?

첫마디부터 진땀이 났다.

‘미안합니다.’ 이런 말들을 기대했을까?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 첫마디부터

엉키고 엉킨 실타래를 겨우 풀어

우리 아이도 그 집 아이에게

실수하는 부분 조심할 테니

우리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부분도

고민하고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끝맺음을 했던 것 같다.

결국에 그 아이는 신고를 당했었다.

다른 아이의 엄마로부터…

내가 한 것으로 오해해서

나의 전화를 수소문했다고 하던데

내가 아니라서 실망하셨을까?

(사실 그 아이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많았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나는 밖에서는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과

선생님으로 학부모님께 전화하는 것과

같은 학부모로 전화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문제 행동을 일으킨 아이의 엄마와

섭불리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