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 첫째는 고등학교 면접을 보러 갔다. 바쁜 엄마, 아빠도 없이 혼자 가는 아이에게 미안했지만 이 엄마는 퇴근이 늦을지도 모른다며 면접 본 이후에 둘째, 셋째, 넷째를 돌봐야 한다는 부탁 하나를 더 얹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답이 시원치 않다. 글쎄 그러든지 말든지 시큰둥한 반응이다. 도와준다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말하라고 다그치자 그제야 알겠다고 봐준다고 두 번 묻지 말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투!
내가 이것저것 부탁하면 싫다고 먼저 말하는
우리 남편의 틱틱거리는 말투를 닮아 있다.
그래도
퇴근 후에 집에 돌아와 보니 첫째는 집에서 삼둥이(둘째, 셋째, 넷째)들과 함께 있다. 시큰둥한 대답을 해서 별 기대 없이 왔는데 부탁을 들어줘서 기특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용돈을 주며 이제 자유를 준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집을 나간다. 일단 싫다고 말한 후에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남편을 닮았다.
애초에 물어볼 때부터 “yes”라고 대답하고 들어주면 될 것을 일단 “no”라고 말하고 애간장 다 태운 후에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무슨 심보일까? 이해 안 되는 우리 집 남편과 첫째와의 대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