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지우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우리 반 아이들만 갖고 있을 것 같은 문구를 넣었다. 4학년 8반 멋진 아이! (일기장을 낼 때마다 별 표를 2개씩 주었는데 모두 열심히 일기 써서 다 별표가 20개 넘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별 거 아닌 지우개에 이름 지워 주고 멋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한 땀 한 땀 온 힘을 기울여 새겨 넣었다고 했다. (나의 돈으로~ 이 작은 지우개가 800원이다.) 내년 5학년이 되어서도 시험 볼 때마다 모르는 답이 있을 때면 가장 넓은 면 순서대로 1,2,3,4를 쓰고 살짝 던져 보라고 했다. 혹시 선생님의 기운이 담긴 지우개가 정답을 알려 줄지 모른다며 잔뜩 아주 잔뜩 지우개에 의미를 부여해 놓았다.
아이들이 지우개를 받고 난리가 났다. 아까워서 못 쓰겠다는 아이, 포장지를 뜯지 않고 보관하겠다는 아이, 지우개를 받고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쓴 아이! 이 작은 선물에 감동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고맙다. 이제 8일이 지나면 아이들과 헤어진다. 지나가는 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