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 키우기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셋째가 카드를 받아왔다.
빨간 바탕에 산타할아버지가 손을 들고 크리스마스를 환영하고 징글벨 노래가 들리는 꽤 그럴싸한 그리고 비싸 보이는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그 카드 주위로 온 가족이 몰려들었다. 내용인즉 우리 집 셋째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웃었다. 초등학생 1학년의 풋풋한 사랑 고백에 온 가족이 설레고 들떠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이번에는 그 아이가 보낸 쪽지를 가져왔다.
셋째가 평소 칭찬을 잘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 잘 지내자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초대할 테니 좋아하는 음식을 적어달라는 빈칸이 있었다.
그 빈칸에 우리 집 셋째가 적은
예레이 갈비와 떡뽁이!
대체 1학년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아이들의 귀여운 쪽지 오고 가는 것이
풋풋한 마음들이
이제는 설렐 일 없는 중년의 엄마를
미소 짓게 하고 대신 설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