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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Apr 05. 2024

담임선생님과 함께 울다1

 일주일간 둘째 아이가 밤마다 울었다. 매번 우는 아이의 말을 들어 보니 체육 시간에 옆 반과 피구를 하다가 옆반 H가 공에 맞고 울었다고 한다. (나도 교사이지만 우리 반 피구 시간에 공에 맞아 울면 우는 아이한테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오라고 한다. 원래 피구는 맞추는 놀이 아닌가?) 체육시간은 전담 선생님 시간이어서 서로 조심하라고 이야기 듣고 내려왔는데 옆반 선생님께서 반에 오셔서 “H가 공에 맞을 때 웃은 녀석들 나오라.”고 말씀하신 것 같다. 그러나 웃은 녀석들이 일어나지 않고 한참이 지나 A가 일어나고 A가 혼자 끌려가 혼날 것이 안타까운 우리 둘째 아이가 일어섰고 그렇게 세 명의 아이가 더 일어나 다섯명의 아이가 옆반에 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어난 다섯 명의 아이는 양심적인 아이들같다. 혼날 것 뻔히 알면서 일어난 아이들 대단하지 않나? 나 같아도 끝까지 앉아 있을 것 같다.)


 대충 혼날 것을 예상하고 의협심에 일어 났던 우리집 둘째는 제대로 혼난 것 같다. 옆반에 가서 아이들은 옆반 선생님의 고함과 함께 너희들은 학폭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복도를 쩌렁쩌렁 울린 그 소리에 아이들은 쫄았고 그렇게 혼나다가 피구 공을 맞은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돌아왔다.  


 옆반에서 혼난 것과 더불어 교실에서도 학폭 대상이라는 담임선생님의 훈계를 듣고 서운해 있었는데 그 마음에 불을 부은 것은 화장실에서 만난 다른 반 아이들까지 “너 학폭 대상자라며?” 말하며 놀리는 것이었다.


 우는 둘째 옆에서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선생님께 수업 끝나시고 오후에 전화를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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