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넘게 호텔 생활을 하다가 스위스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들 다 재우고 집안을 정리하는데 3년 살다 갈 예정이라는 생각에 이불을 포장했던 이불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다시 정리해서 정리함에 넣어 두었다. 3년이라는 시간! 눈감고 뜨면 금방일 것 같다. 인생이라는 한낯 꿈속에서 스위스에 일주일 여행! 아니 한 달 살기! 아니 삼 년 살기 긴 여행을 떠나 왔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가볍고 기쁜데 해외에서 사는 것은 왜 만만치 않을까?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싶은데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먼 타향에서 의사소통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신 차리고 아이들과 같이 언어를 배우고 민들레처럼 뿌리내려 보려고 한다. 나중에 뽑힐 때 (다시 한국으로 이사 갈 때) 온몸과 마음이 쓰리고 아프겠지만 말이다. 웃는 얼굴로 이웃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독일어와 영어로 소통하려고 노력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글로 녹아내 볼 예정이다.
첫째 아이가 어느 날 물었다.
“엄마는 교수도 아니고 박사도 아니고 왜 글을 써? “
아이의 말에 처음에는 황당했고 화가 났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박사도 아니지만 내가 가진 카드이자 렌즈 즉 네 자녀의 엄마,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안경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글을 써 보려고 한다. 대단한 글도 거창한 글도 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고 미래의 나를 위한 선물쯤으로 생각하며 오늘도 즐겁게 글을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