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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잡고 장례식에 가다!

베른라이프

by 키다리쌤

하필이면 허리가 삐끗했다. 그것도 일요일즈음에~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주일학교에 갔다. 하나님의 치유의 때는 지금이 아닌지 금방 나을 것 같던 허리는 닷새가 지나도록 낫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누워있는데 남(의)편의 전화가 왔다.


“ 무조건 일어나서 유튜브 보고 허리 운동해. 다시 눕지 마라. “


아하하! 이게. 마음대로 되면 환자가 아닌 거다. 전화가 끝나고 다시 누웠다. 잠이 안 와서 멀뚱멀뚱 천장만 보다가 남편 말대로 유튜브를 틀었다. ‘귀하신 몸-허리 편‘을 보고 운동을 따라 했다. 요가 고양이 자세, 그리고 서서 뒤로 한 다리 들기 등등 부들부들 떨면서 운동을 시도했다. 평상시에 쉽게 했었던 그 동작이 안 된다. 뭐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운동이라면 더 어렵겠지? 생각하며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그리고 그동안 했던 모든 약속은 취소했다.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안 된다. 약속은 몸이 괜찮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룰 수 없는 약속이 있었다. 지인의 장례식은 미룰 수도 없고 아쉬운 내가 한 번이라도 더 가족의 얼굴을 보려면 가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를 부여잡고 서 있는 나에게 괜찮냐며 질문했지만 간신히 걸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없진 않으니 상당히 괜찮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염려를 한 스푼 얹어드리기 싫은 한국인의 익숙한 예절답게 “괜찮다.”라고 둘러댔다.


기쁠 수만은 없는 장례식지만 이번은 내가 본 중에 가장 완벽한 장례식이었다. 먼저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고인의 어렸을 때 사진뿐만 아니라 살아오신 길을 사진과 함께 설명했다. 시간이 될 때마다 가족과 여행을 다니고 청년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일에 열심이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앙의 열정에 존경을 느낀다는 이야기에 말하는 아들뿐만 아니라 듣는 우리들도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목사님 설교 말씀, 이어진 다과!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살아계실 때 고인은 나에게 영어와 독일어를 잘 못할지라도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잊지 말고 어깨 펴고 다니라고 해외살이의 고통을 위로해 주셨었다.) 음식을 나누며 생전에 살아 계셨을 때 추억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묻고 위로를 나누었다.


그리고 장례식을 통해 다시금 나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시도해 보고 실패할지라도 다시 딛고 후딱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삶이 한계가 있음을 장례식에서 더욱 깊게 느꼈다. 고인은 살아 계셨을 때도 돌아가셔서도 깊은 여운을 남겨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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