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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일

베른 라이프

by 키다리쌤

다시 주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허리 통증 때문에 못 갈 것 같았는데 몸은 평소처럼 교회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누워서 아이들 가르칠 설교 내용을 가다듬고 세수를 하고 걸어갈 준비를 했다. 남(의)편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했더니 “그럼 아프다는 소리 하지 마. “ 하는데 안 할 자신이 없어 그냥 아이들이랑 걸어가기로 했다. 교회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이고 느려서 그렇지 못 걷는 것은 아니니까. 아프면 쉬어가면 되지? 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 즈음에 남편이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타라는 첫째의 재촉에 결국 차를 타고 갔다.


주일 학교 가면서 드는 생각은 허리 통증으로 몸은 아프지만 입은 살아있으니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주일학교는 나 혼자 교사를 하고 있어서 마땅한 대타가 없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리 토요일에라도 부탁했으면 모를까 주일 당장 한두 시간 전에 누구에게 부탁하겠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울더라도 교회에서 울자! 병원에 입원한 것이 아니라면 교회에서 아프자! 는 평소의 마음대로 교회에 갔다. (적당히 아파서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막상 가고 나면 주일학교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집사님들과 먹고 놀다 보니 또 시간이 후딱 가 있었다. 신기하게 이런 시간은 참 잘도 간다.


그러나 다시 통증으로 인해 누워있으면 시간은 참 더디 간다. 언제쯤 다 나을지 참 궁금하다.


이제 누군가에게 약속을 잘하지 않게 되는데 그나마도 꼭 약속을 해야 하면 깍두기임을 꼭 밝혀둔다.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 못 나갈 수 있음을 미리 알려주어 상대방이 내가 못 가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배려이다.


윔피 키드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indoor person’(집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는데 나는 ‘outdoor person’(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집안에 갇혀 있는 생활이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집에만 있다 보니 집안일등이 너무나 잘 보여 잠깐잠깐이라도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며 아이들을 위한 집안일은 처리해 나가고 있다. (안 아플 때보다도 집이 더 깨끗하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굶길 수 없으니 쉽게 사 먹을 수 없는 이곳에서 집안 일로 오늘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통증이 낫는 순간이 온다면 더욱 나에게 주어진 걸을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며 살 것 같다. 몸만 좋았더라면 연재하고 있는 박물관 글을 위해 박물관도 혼자서 다니고 싶고 이제 곧 한국으로 혹은 유럽으로 떠나는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싶은데 요새는 허리 통증으로 마음껏 안 된다.


최소한으로 만나고 휴식하고 정리하는 요즘의 단조로운 삶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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