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라이프
다시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찾아올 때도 온다는 기척 없이 '억'소리 나게 아프더니 갈 때도 언제 나간다는 소식 없이 차츰차츰 조용히 조금씩 나아졌다.
그 사이 병원도 한번 다녀왔다. 미리 증상에 대해서 영어로 적어 갔다. '기침할 때 허리가 아프다. 일어날 때 통증이 있다. 걸을 때마다 묵직한 돌이 뒤로 혹은 땅으로 당기는 느낌이 든다.' 등등 젊은 여자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누워서 다리를 들었다가 놓았다가 피를 뽑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211프랑 30만 원 조금 넘게 치료비가 나왔다.
여기 보험은 사소한 질환은 내 돈으로 지불을 하고 어느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보험사의 도움을 받는다. 다시 말해 죽을병에 걸리면 보험회사의 도움을 엄청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돈이고 뭐고 떠나서 타지에서 절대로 아프고 싶지 않다. 여기선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영어로 의료 용어는 더더군다나 모르겠다.
그리고 치료를 받으면서 느낀 것인데 나에게도 영어는 외국어인데 이곳 의사 선생님에게도 영어는 외국어인 것 같다. 진료를 받을 때 (혹시 모를 의료 사고를 대비하여) 정 의사소통이 안되면 핸드폰 번역 앱을 사용하는데 의사 선생님도 기왕 번역 앱을 사용한다면 독일어로 말하는 것을 원했다. 다시 말해 서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낫고 보니 '더 버티고 병원 가지 말고 나을 것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고통이 지나갈 때는 이것저것 잴 수가 없었다. 일주일간 이어진 통증에 병원 예약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통증이 지나고 지난 글을 읽어보니 '통증이 낫는 순간이 온다면 더욱 나에게 주어진 걸을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며 살 것 같다.' 내용이 있었다. 맞다! 나은 것이 감사하고 직립 보행으로 걸을 수 있는 순간순간이 선물 같다. 조금 어리석은 것 같지만 아프고 나서야 감사함이 넘쳐난다.
다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떠나는 가족들을 만나고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기하게도 이곳에 온 지 6개월이 지나니 영어가 조금씩 들린다. 더불어 말로 영어가 나오는 것도 머릿속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반자동적으로 튀어나온다. 물론 전문가처럼 샬라샬라는 안되고 때로는 문법이 틀리고 조금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이 (천년만년 영어 때문에 주눅이 들 것 같은 기분과 느낌이었는데)이곳 삶에 새로운 활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