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라이프
쌍둥이들의 바지를 지난겨울 두세 달 전에 사주었던 것 같은데 벌써 짧아 보이는 거예요. 키가 또 언제 컸을까요? 키가 크다는 것은 기쁘고 좋은 일인데 엄마인 저는 옷 바꿔주기 바쁘네요. 깡충한 옷을 참고 참다가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옷 사러 나섰어요.
쌍둥이라 같은 옷 아무거나 사주면 될 것 같지만 언제부턴가 (아마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옷 취향이 분명해지더라고요. 사준 옷도 취향에 안 맞으면 안 입으니 꼭 데리고 가서 고르게 해요. 바지를 살 때도 마찬가지예요. 셋째는 펑퍼짐한 편한 바지를 좋아하고 넷째는 나팔바지처럼 다리가 길어 보이고 여성스럽고 예쁜 바지들을 좋아해요. 일란성쌍둥이에 거의 같이 데리고 다니며 키웠는데 이런 차이는 왜 나는 것인지? 그저 태어날 때부터 본인이 갖고 있는 취향이란 것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옷을 사러 베른중앙역 근처 H&M, 베네통, 백화점 등등을 돌아다녔는데 결국 베네통에서 세일하는 옷들 위주로 샀어요. 청바지는 10프랑 조금 넘게 샀으니 한국보다 싸게 산 것 같아요. 넷째의 여성여성한 허리까지 오는 크롭티와 검은 나팔바지가 거의 정상가였어요. 엄마 마음이 아이들 마음에 드는 거 사주고 싶어 사주었지요. 쌍둥이들 위아래 한벌씩 사고 나오는데 제 옷을 산 것처럼 뿌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