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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죽다 살아났어요.

베른라이프

by 키다리쌤

또 죽다 살아났어요.

엄살이 심한 편이죠. 그렇죠?

어쨌거나 어제는 하늘이 빙빙 돌고 먹었던 것은 다 토했으니까요. 뭐가 문제였을까요? 엊그제 비 오는 날 한 시간가량 달린 것으로 인해 몸에 무리가 되어 탈이 난 것일까요? 말린 돼지고기를 사서 먹어 본 것 때문일까요? 아침 일찍부터 카페에서 마신 커피였을까요? 안 되는 영어 해보겠다고 엄마들 모임에서 너무 집중했던 탓일까요? 함께 엄마들이랑 산책할 때도 기분 좋았었는데… 점심에 집에 돌아와 라면이 먹고 싶어 한 젓가락 들었다가 전부 다 분수처럼 쏟아내고 하늘이 빙빙 어지러워 누워만 있다가 결국 아이들 데리러 못 가고 남편에게 SOS를 보냈어요.


뭐 어떻게 안되더라고요. 그리고 뭔 타향에서 아프니까 별 생각이 다 들어요. 특히 이대로 하늘나라에 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도 했어요.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하늘나라에 가면 더 이상 아이들을 지켜줄 순 없지만 그동안 엄마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흔적을 우리 집 네 아이들이 두고두고 볼 것 같아서요. 무지 아프면서도 그 생각에 도달해 웃음이 나오지 뭐예요. 참 잘했다! 민들레 인생이지만 기록해 두기를 참 잘했다고 말이죠.


결국 늦은 저녁 빙글빙글 도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남편을 의지해 병원에 갔어요. 데스크에 앉은 간호사 선생님께 “먹은 것 다 토했다. 빙글빙글 어지럽다. “ 말했더니 콜라를 사서 조금씩 마시라며 간단한 메모지를 주며 돌려보내요. 2~3일 아프면 다시 오라네요. 역시 과잉진료 안 하는 스위스 다워요. 주섬주섬 다시 겨울 재킷을 여미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와 보리차를 끓여 마시고 한동안 아이들이 스키 타고 돌아온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이들이 조잘조잘 종달새 같아요. 몸은 안 좋지만 잠시 잊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에요. 손들을 모아 엄마 몸에 대고 기도해 달라고 했죠. 작은 손들이 몸에 닿아 기도해 주었었는데 그 덕분이었을까요? 하룻밤 자고 나니 깨끗하게 나았어요. 이제는 아픈 것이 무서워요. 그것도 이 뭔 곳에서 말이죠. (부모님이 이 글을 안 읽으시니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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