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라이프
그날 따라 아이들이랑 베른연방광장을 산책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가던 그 곳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는데 핸드폰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닥을 쳐다 보았는데 핸드폰이 바닥에 없다. 이런 낭패가 그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았는데 과연 누가 소매치기범이람? 당황해서 아이들에게 핸드폰이 없어졌다고 하자 셋째가 바로 저 사람이라고 가리킨다. 셋째는 아까 골목을 돌던 때부터 신호등을 같이 건너며 따라 왔다고 한다. 아마 그 때부터 살짝 나온 핸드폰을 보며 따라 온 것 같다.
아이넷과 엄마인 나는 그 사람 주위로 조용히 몰려가서 다른 핸드폰으로 전화를 시도했다. 너무 긴장한 탓에 핸드폰이 잘 안 찾아졌는데 그 소매치기범도 긴장했는지 우리들 앞에서 본인의 핸드폰으로 포켓몬고를 켜고 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나는 나의 또다른 핸드폰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찐한 진동에 당황했는지 다른 쪽 호주머니에서 나의 핸드폰을 꺼내며 “이거 네가 떨어뜨린 거야?” 고 묻는데 “그래 네가 훔친 거지.”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핸드폰을 받았다.
근처에 소매치기범 친구들이 있을 수 있으니 핸드폰도 받았는데 소매치기범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핸드폰을 찾고 돌아오는데 베른도 안전하지 않다는 아쉬움과 가족이 함께여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픈 소매치기범이었을까? 아니면 가족 다섯명이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을까? 오는 내내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