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라이프
오늘은 학교에 두 번 다녀왔다. 어이없이~
선생님과 주로 이메일로 소통을 하는데 첫째 아이 DP선택 과목을 정하는 미팅이 오전 10시 30분에 잡혀 있어 10분 일찍 갔었다. 그런데 사무실 선생님들이 그 시간이 아니라고 하신다. 오후 2시 30분이라고… 다시 이 메일을 확인해 보니 먼저 본 메일에는 10시 30분 밑에 괄호 열고 한국 시간이라고 조그맣게 적혀 있고 아래 이어진 이메일에는 14시 30분이라고 나와 있다. 헐레벌떡 일어나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날은 참 바보가 된 것 같다…
(학교에서 집은 30분 거리이지만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한 시간에 두 번 있는 기차 시간을 고려해서 아슬아슬 가느니 차라리 조금 일찍 가는 편을 택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 김밥이 먹고 싶어 유미하나에 들렀는데 김밥 한 줄이 없다. 그래서 단무지와 스팸 하나를 사서 돌아왔다. (한국과 다르게 김밥 한 줄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한국에 가면 김밥을 먹으며 감동할 것 같다. 아니 감격해서 울면서 먹을지도 모른다.) 김밥이 너무 먹고 싶어 나도 먹고 아이들도 줄 겸 열심히 10줄을 싸서 썰었더니 오후 1시가 되었다.
다시 14시 조금 넘어서 학교에 갔다. 담당선생님이 나와 반겨주신다. 첫째 아이가 곧 와서 같이 상담실에 들어갔다. 아이가 직접 요새 관심 있는 주제가 역사여서 역사, 수학, 경제를 HL(심화 과목) 선택과목으로 선택하고 SL(일반 과목) 3개에 대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듣고 있자니 특유의 영국 발음에 쑥~ 말씀을 하시는데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 선생님께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첫째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대충 이해하기에는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잘 선택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아이도 선생님의 칭찬이 민망한지 간단하게 과목 선택 잘했다는 핵심만 전달해 준다. 아무래도 선생님께 다시 한번 이메일을 보내서 과목 선택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야겠다. 말은 지나가 버리면 사라지지만 이메일은 글로 남아 번역기에 돌려 보면 되니 말이다.
학교에 두 번 갔고 선생님 말씀도 이해 못 했고 의기소침해서 또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할머니 카페에서 한국어 배우는 일본어 책을 구글 번역기에 돌려 읽고 있었다. 친한 일본 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기에 나도 외로운 김에 영어로 한국어를 설명하는 것도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이 흔쾌히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 명이 자신이 일본에서 한국어 배우려고 책을 샀다기에 빌려 달라고 했다. 어떻게 한글을 가르칠까 고민하며 구글번역기에 돌려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오류가 많아) 일본어를 영어로 읽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저자가 참 재밌는 사람이다. 한국 여자친구가 있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완벽하게 읽고 듣고 쓰고자 하는 자신의 습관 때문에 한국어를 포기했었다면서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즐기면서 나아가가 보면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될 날이 온다는 거다.
그렇다!
백만 번 실패해야 언어를 배운다.
토닥토닥~ 일본아저씨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