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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쉬넨 호수(Lake Oeschinen)

베른라이프

by 키다리쌤

한국에서 교환 학생 온 학생들이 물었다.

“외쉬넨 호수 어떤가요?”

토요일에 가족들이랑 다녀왔다고 하니 묻는 것 같아 끝내주게 멋지다고 꼭 갔다 오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케이블카가 운행 안 하고 자동차로 올라갈 수 없으니 때로는 산책길에 작은 돌이 굴러다니고 꼭대기 호수 근처는 눈으로 둘러싸여 있어 꼭 등산화를 신고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걷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스위스는 하이킹이 멋진 나라여서 웅장한 산을 천천히 구경하려면 걷는 것은 필수라며 스위스 여행 중 하이킹을 빼면 여행의 묘미가 반감된다며 기왕에 온 거 냉큼 등산화 사서 신고 하이킹을 즐겨 보라고 권해 주었다.


다시 외신넨 호수에 산책 간 날 지인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우연히 만나 이야기하던 그 학생들이 지인에게 등산화는 어디서 사야 좋냐고 물었다고 하신다. 크크크 기특한 학생들 이번 기회에 스위스를 제대로 즐길 것 같다.


나는 이번 주에만 외쉬넨 호수에 두 번 다녀왔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지인과 함께~ 토요일에 가족들과 다녀왔음에도 주차장 근처 초반에서 입구까지 헤매고 헤매는 나라는 사람! 우리 집에서 유명한 길치라는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다람쥐 입구를 지나고 나면 길을 잃지 않게 안내가 잘 되어 있다.


늘 걸으면서 하는 생각이지만 굽이굽이 진 산책길을 돌고 돌아 만나는 산의 웅장함과 파란 하늘, 렘브란트의 그림에 나올 것 같은 영감 있는 구름들 그리고 저 발 밑에 보이는 전통 스위스 시골 마을의 고즈넉함은 다시금 산책길로 이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차장에서 한 시간 반 남짓 천천히 걷다보면 호수에 도착한다. 꼭대기에서 만나는 외쉬넨 호수도 예술이었다. 웅장한 산들에 둘러싸여 호수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 때쯤 되면 배가 고프다. 오전에 출발해서 딱 점심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호수 근처에 레스토랑이 있어 지인과는 간단한 샌드위치 점심을 먹었고 아이들이랑 왔을 때는 몸을 녹이는 수프에 빵을 찍어 먹었었다.


가족끼리 갔을 때는 남편의 조언대로 가족 모두 내복까지 입고 스키복을 걸치고 왔는데 날씨가 더워 아빠가 아이들 스키복 재킷을 가방 하나에 다 넣고 올라갔는데 웬걸 꼭대기는 눈으로 덮여 있고 바람까지 불어 너무 추워서 다시 다 입고 스키 장갑까지 다 끼고 놀았다. 겁도 없이 호수 중간까지 들어간 첫째에게 어서 나오라며 소리치던 아이들이 첫째의 안전함을 확인하고 호수 위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우연히 만난 개와 뒹굴고 뛰어다니며 놀다 보니 하루가 다 갔었다.

지인과는 호수까지 걸으려다가 얼었던 눈이 어설프게녹아 발이 푹푹 빠져 결국 언저리에서 호수를 지켜보았다. 언젠가는 우리도 이렇게 자연의 일부가 될 것임을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가진 한계를 느끼며 살게 된다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슷한 듯 다른 듯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는데 날씨도 산도 우리의 산행을 도왔는지 다 내려갈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걸을 때의 도란도란함도 중년의 여자 둘이 걸으며 나눈 인생 이야기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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