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라이프
“스위스가 지겹다.”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더니 아이들이 “엄마도 친구들이랑 레스토랑도 가고 그래요. “ 점잖게 타이르네요. 나 빼고 한국인들은 대학원에 직장에 어린아이들 챙기랴 다들 바쁜 것 같고 외국인 엄마들은 각 언어별로 영어는 영어끼리 일본어는 일본어끼리 중국어는 중국어끼리 만나는 것 같아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한국은 산책 같이 가자 말할 친구는 있었는데 여기는 “날씨 좋은데 산책 같이 갈래? ” 권할 친구도 없어요.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채로 장미 정원이나 걷자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는데 그 길에 혼자서도 소풍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김밥을 한 줄 사러 유미하나 슈퍼에 잠시 들렀을 때 권사님을 만났어요. 일흔도 훌쩍 넘긴 권사님도 간단한 배낭 가방하나에 혼자 길을 나서셨다고 하시네요. 구어텐에 갈까 고민하셨다던데 저를 만나시고 행선지를 장미정원으로 바꾸셨어요. 그렇게 우리는 각자 김밥 한 줄씩 사서 장미 정원에서 아레강을 보면서 먹었어요.
작은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권사님은 저를 만난 것이 보물 같다고 하셨지만 반대로 저는 권사님을 뵌 것이 신의 한 수 같았어요. 나이 지긋한 권사님도 혼자 씩씩하게 다니시는데 산책 같이 할 사람 없다며 툴툴대는 꼴이라니… 40대 중반의 나이가 부끄러운 날이었답니다. 앞으로 더욱 씩씩하게 살아보기로 오늘의 선물과 같은 권사님을 만나면서 다짐했어요.